시청자는 원한다. 「그 밥에 그 나물」식으로 닮은 꼴이 아니라 톡쏘는 재미, 찡하는 여운을 안겨주는 그런 드라마를.
이런 의미에서 지난달 29일 방영된 SBS 「70분드라마」의 「나는 원한다」는 「별식」같은 드라마. 「곰탕」 「촛불켜는 사람들」 등 일련의 수작으로 국제 TV페스티벌에서 수상경력을 가진 이장수PD가 극본과 연출을 맡아 더욱 관심을 끌었다.
밤의 빛깔과 냄새로 시작되는 이 드라마는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 귀에 익은 팝송 등 기존 연출 방식과 사뭇 다르다. 또 주인공이자 드라마의 「이야기꾼」으로 등장하는 영기(심은하)의 상상과 독백이 주내용을 이루고 있다.
연출자는 의도적으로 심하게 흔들리는 화면과 정상적인 화면을 교차시키는 수법으로 시청자들을 영기의 현실과 이상의 세계로 안내했다.
주차단속요원인 영기는 퇴근길 집부근에서까지 딱지를 붙인다. 그는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을 손에서 놓지 않는다. 딱지는 자동차로 상징되는 가진 자들에 대한 보복의 수단이고 소설은 영기가 갈 수 없는 나라에 대한 욕망을 그린 상징물이다.
영기로 대표되는 도시 속 젊은 세대의 현실과 꿈은 자동차를 통해 잠시 화해하는 것처럼 보인다. 야근수당을 모아 산 70만원짜리 중고차는 한 남자의 사진과 함께 비행기 티켓을 공짜로 얻게 해주는 등 잇따른 행운을 전한다.
그러나 도입부의 축제에 이어 학살, 기아 장면이 겹쳐지는 장면에서의 암시처럼 영기의 타협은 오래가지 못한다.
자동차는 계속 말썽을 부리고 결국 폐차장행. 또 영기가 현실 속에서 만난 사진 속의 남자는 딱지를 떼지 말라며 애걸복걸하는 모습으로 존재한다. 더이상 그의 「왕자님」이 될 수 없는 것이다.
영기는 결국 붉은 립스틱으로 거울에 쓴 「나는… 원한다」라는 문구를 지우면서 절망에 휩싸인 채 흐느낀다.
재미는 있지만 어쩔 수 없이 생기는 허탈함은 무엇에서 연유하는 것일까. 한국영화에 이어 TV화면 곳곳에 잔뜩 배어 있는 왕가위류의 분위기 때문 아닐까.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