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 때문인지 요즘 TV에서 가장 잘 팔리는 게 귀신 또는 초자연적 현상을 다룬 프로들이다. 지난해 부활한 「신판 전설의 고향」도 「여름특수」를 겨냥한 상품.
지난 10일 KBS 2TV 「신판 전설의 고향」(밤9.00)은 죽은 사람도 살릴 수 있다는 복숭아와 이에 얽힌 이야기를 그린 「천도(天桃)」편을 방영했다.
그러나 이 프로는 「신판」이라는 수식어가 어울리지 않을 만큼 구식 「전설의 고향」에 가깝다. 오히려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오싹함이나 순간의 공포와 같은 특유의 「옛맛」마저 실종됐다.
신령한 천도가 보이는 연못에서 과거에 낙방한 선비가 선녀의 「단체목욕」을 엿보다 얼굴이 흉측해지는 벌을 받는다. 동냥으로 끼니를 연명하던 선비는 중병에 걸린 아버지를 돌보는 한 처녀를 짝사랑해 매일 나무를 해준다.
도입부만 보고도 결말을 알 수 있을 정도로 이야기는 뻔하게 흘러간다. 처녀를 재취로 맞고 싶어하는 마을 부자의 횡포 속에 아버지의 병환은 깊어간다. 이제 공양미 3백섬이면 심봉사가 눈을 뜨고 대신 인당수에 자신의 목숨을 바쳐야 한다는 「심청이 인당수로 간 까닭」이 나올 차례다.
아니나 다를까. 멋진 무술솜씨로 마을 부자의 졸개를 혼내준 스님(사실은 선녀)은 천도의 영험함을 설명한다. 또 천도를 딴 사람은 천벌을 받아 죽는다고 경고한다. 결국 죽음으로써 하늘의 「시험」을 통과한 선비는 얼굴을 되찾고 처녀의 아버지도 완쾌된다.
그야말로 전설을 소재로 택했기 때문일까. 몇 장면만 보면 금세 전체 스토리를 알아차릴 수 있는 이같은 권선징악은 지루해지기 십상이다.
공포는 흉측한 귀신이나 기괴한 장면 때문이 아니라 예측을 뒤엎는 상황의 반전과 가슴을 죄는 심리묘사로 가능한 것이다.
누구나 알 수 있는 진부함은 재미와 공포, 그 어느 쪽도 제공하지 못한다. 특수분장이나 선녀의 승천 장면 등도 어색하고 촌스럽다.
「전설의 고향」은 「신판」이라는 주장답게 세련되고 짜임새 있는 새로운 「전설」을 필요로 한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