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영화가 수상하다. 레이건 시대 「람보」가 만들어졌다면 최근엔 「인디펜던스 데이」에 이어 「에어 포스 원」이 나왔다. 숙적이던 구소련도 무너지고 경기 호황의 절정을 달리는 요즘 할리우드 액션들은 노골적으로 「세계를 지키는 미국」 「강한 미국」을 외친다. 카터 시대 「디어 헌터」같은 반전영화가 나온 것과 대조적이다.
이젠 대통령이 직접 나와 「악」을 응징한다. 외계인과의 전쟁을 진두지휘하는가 하면(인디펜던스 데이), 「에어 포스 원」에서는 구소련의 부활을 꿈꾸는 테러리스트들을 대통령이 맨손으로 때려 눕힌다. 무엇이 선이고 악인가에 대한 고민은 찾아볼 수 없다. 「선〓미국」이고 이를 위협하는 건 악이라는 이분법 뿐이다.그래서 「에어 포스 원」은 단순하고 강력하다. 문학이든 영화든 예술이란 이름의 것들이 시시콜콜한 내면의 고백이나 마약, 가치관의 혼돈에 빠져 흐느적거릴 때 「에어 포스 원」은 과감하고 명징하게 외친다. 『나를 따르라!』
착상은 간단하다. 미국 대통령 전용기인 「에어 포스 원」에 기자를 가장한 테러리스트들이 숨어든다. 대통령은 경호원들에 의해 탈출 캡슐에 태워지지만 가족과 각료들은 미처 피하지 못한다. 테러리스트들은 미군에 체포된 러시아 공산주의자 라덱장군의 석방을 요구하며 인질들을 위협한다. 그래서 대통령이 직접 나서 악을 응징한다. 우리로서는 부럽기 짝이 없는 대목.
「사선에서」를 연출했던 볼프강 페터슨감독은 좀더 극적인 액션을 원하는 관객들을 위해 몇가지 장관을 준비했다. 낙하산 특공대가 고공 낙하해 건물에 침투하는 장면, 상공의 비행기와 비행기를 로프로 연결해 사람들을 탈출시키고 대통령 전용기 주위로 F15기 여러대가 편대비행하는 장면, 그리고 몇번의 반전. 정말 대단한 자들이다.
때로 「팍스 아메리카나」가 걱정스럽고 그들의 자만심이 역겹지만 적어도 미국 영화에는 신변잡기를 주로 다루는 프랑스 영화가 따라가지 못할 「세계 경영의 꿈」이 있다. 평범한 시민들은 인간의 존엄성과 가족의 소중함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갖가지 당의정으로 포장한 영화에 빠져든다. 얼마나 현실적인 줄거리냐는 나중 문제다.
제작진은 리얼리티 문제를 의식한 듯 대통령을 월남전에서 무공훈장을 탄 용감무쌍한 군인출신으로 설정했다. 경기불황에다 아들의 병역시비로 쩔쩔매는 대통령 후보까지 둔 우리는 이래저래 우울하다.
〈신연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