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드라마 「용의 눈물」만큼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는 드라마가 있을까.
대선주자들이 즐겨 보는 드라마로 꼽히는가 하면 「대권(大權)」을 둘러싼 극중 권력투쟁은 곧잘 현실정치에 인용돼 왔다.
궁중암투가 주류를 이루던 사극 풍토에 새 바람을 일으킨 작품으로 자리매김할 만하다.
그러나 최근 「용의 눈물」은 「용의 아내의 눈물」로 변질되고 있는 느낌이다. 이 드라마는 1, 2차 왕자의 난 등 굵직한 사건을 다룬 뒤 두가지 사건을 축으로 전개되고 있다.
몇주에 걸쳐 그려진 성빈 안씨를 둘러싼 이방원과 중전 민씨의 대립, 함흥차사로 표현되는 이방원과 아버지(태조)의 갈등이다.
이같은 전개는 이방원의 집권 뒤 이전에 비해 「흥미진진한 권력투쟁」과 갈등이 줄어든 역사적 흐름 때문이다. 또 중전의 동생들인 민무질 민무구 형제의 숙청으로 이어지는 태종의 왕권강화책을 설명하기 위한 사전포석일 수도 있다.
드라마는 기본적으로 갈등이라는 공식을 먹고 살아간다. 「용의 눈물」은 이런 의미에서 방원과 함께 정도전 방간 등 끊임없이 주인공의 「적」을 등장시키는 「갈등 공식」에 충실한 드라마였다.
그러나 최근 이 드라마의 제자리 걸음은 이같은 공식에 맞춘 나머지 갈등의 확대재생산에 주력한다는 느낌을 주고 있다. 성빈 안씨의 등장이 극중에서 세세하게 다뤄질 만큼 그토록 큰 사건일까.
인물에 대한 객관적 평가도 문제로 남아 있다. 역사 테두리 안에서의 해석은 제작진의 몫이지만 최근 이방원의 넋두리는 갈수록 길어지고 있다. 후궁의 영입도 왕권을 강화하기 위한 사려깊은 판단이고 냉혹한 숙청은 언제나 고뇌에 찬 결단인가.
「용의 눈물」이 이방원에 대해 새로운 인물평을 시도하는 것은 의미가 있지만 미화(美化)와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제작진은 드라마를 드라마로 봐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역사를 소재로 한 대하드라마가 주는 이미지 효과는 상상외로 클 수도 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