뱀장어의「요람에서 무덤까지」…KBS 네트워크 기획

  • 입력 1997년 10월 21일 08시 19분


건강식품으로 이름이 난 뱀장어. 어지간한 횟집치고 그 요리가 없는 집이 없다. 그러나 뱀장어의 생태에 관한 비밀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KBS 1TV가 21일 밤11시40분에 방송하는 「네트워크기획―뱀장어의 신비」는 화성의 생명체를 탐사하는 이 첨단시대에도 인간의 손길에서 멀찌감치 비켜서 있는 뱀장어의 생태를 1년여동안 추적해 담은 것이다. 뱀장어는 민물에서 5∼10년을 살지만 산란기가 되면 생식호르몬이 분비되면서 세포구조가 변해 더이상 민물에서 살 수 없게 된다. 뱀장어의 비밀스러운 여정은 이때부터 시작된다. 평생 단 한 번의 산란을 위해 머나먼 물길을 따라 바다로 나아가지만 강을 떠난 뱀장어가 어디로 가는지, 어떻게 산란장을 찾아가는지는 베일에 싸여 있다. 제작을 맡은 KBS광주방송총국의 이석형PD는 『지금까지 온갖 추적장치를 동원한 산란장 추적이 모두 실패로 끝났고 알을 품고 있는 뱀장어가 잡힌 적도 없다』고 말했다. 광주 지역방송인들의 손으로 만든 이 프로가 돋보이는 것은 아무도 보지 못했던 뱀장어의 산란과정을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 낸 점. 충남대 해양연구소 이태원박사와 일본도쿄대 뱀장어 탐사팀의 연구성과를 토대로 태평양에서 뱀장어가 알을 낳고 그 알이 몇 번의 변형을 거치면서 실뱀장어가 되어 우리나라 연안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을 컴퓨터 그래픽으로 재현해냈다. 사실 뱀장어는 알을 낳기에 적당한 수심 온도 등이 전혀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인공부화가 불가능한 어종으로 남아 있다. 생식호르몬 주사를 놓아 인공산란에 성공해도 태어난 알이 10여일만에 모두 죽고 만다. 이때문에 뱀장어 양식은 그것들이 태어난 바다로부터 어미가 살던 강으로 되돌아오는 뱀장어의 치어인 실뱀장어를 잡아 기르는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제작진은 지난 1월부터 넉달동안 진행된 실뱀장어 잡이의 현장을 카메라에 담았다. 신안 앞바다의 멍텅구리배와 금호방조제앞에서 불야성을 이루는 「끌방」을 비롯, 횃불잡이 쪽대잡이 등 다양하게 진행되는 실뱀장어 잡이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밖에도 지리산 피아골 계곡 바위틈에 살고 있는 뱀장어의 수중 모습, 굴속에서 살면서 머리만 밖으로 내밀고 있는 뱀장어 등 제작진이 4계절을 통해 카메라에 담은 진기한 장면들을 만날 수 있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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