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소리. 수천㎞의 대초원을 거침없이 달려오는 바람 속에 지난 날의 거대한 야망과 역사가 담겨있다.
동아일보사와 MBC가 공동기획한 특집 다큐멘터리 유라시아 대탐사 「칭기즈칸 원정로를 가다」.
아시아와 유럽에 걸쳐 역사상 최대의 제국을 건설했던 칭기즈칸과 그 후예의 원정기록이다. 연인원 1백여명의 제작진이 지난 4월부터 1백일동안 몽골의 올란바토르에서 폴란드까지 8개국 3만㎞를 횡단하며 담은 거대한 파노라마가 22일 밤 11시부터 이틀 연속 방영된다.
자신들을 「탱그리(하늘)」의 명령을 받고 태어난 푸른 늑대와 흰 사슴의 후예라고 믿 몽골인들은 1206년 테무진을 대몽골국의 칭기즈칸(세계의 임금)에 추대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알렉산더, 나폴레옹 등을 제치고 세계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로 선정한 인물의 탄생이었다.
그의 흔적을 탐사하기 위해서는 몽골 러시아 카자흐 우즈베크 이란 아제르바이잔 투르크멘 폴란드에 이르는 광대한 지역을 되밟아야했다. 김호동 서울대교수(동양사학)가 표현했듯이 유럽은 유럽대로, 중동은 중동대로, 동아시아는 동아시아대로 새로운 시대 즉 하나의 정치 경제적 헤게모니 아래 통합된 「팍스 몽골리카(Pax Mongolica)」의 실체는 그만큼 광대한 것이었다.
이번 탐사에서 제작진이 본 것은 무엇인가. 그것은 세월속에 뒤섞인 영욕이다. 몽골의 기마군단은 한때 번영을 누렸던 유라시아의 도시들을 폐허로 남겼다.
그러나 대제국을 건설했던 몽골인들이 사는 도시는 지금 세월에 뒤처진 남루한 모습을 하고 있다. 세계의 경계를 허물고 통합했다가 다시 분열된 제국의 흥망이 그림같은 화면속에 펼쳐진다. 제작진은 『CF같은 영상을 활용한 시각적 기법으로 실험적인 다큐멘터리를 시도했다』고 말했다.
제작진은 제국의 건설과 해체과정을 통해 오늘의 한국인들에게 주는 교훈을 잊지않고 탐구한다. 소수의 몽골인들이 세계를 제패한 힘과 에너지를 살핌으로써 21세기 한민족의 호연지기를 불러일으키자는 것. 그 화려한 역사의 탑이 허물어진 원인도 깊이 새겨야할 또 하나의 교훈이다.
〈이원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