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멘터리는 소재와 시간, 돈과의 「전쟁」이다. 특히 어떤 소재를 어떻게 그리느냐가 다큐의 성패를 좌우한다.
15,16일 창사특집극으로 방영된 SBS 「흙」은 눈여겨 볼 만한 프로였다. 아스팔트로 덧칠한 도시에서 만나기 힘들어진 흙을 「손님」으로 선택, 흙과 인간을 연결시켜 생물도감이 돼버릴 수도 있는 자연다큐의 약점을 극복했다.
한때 자연 다큐물이 유행한 적이 있었다. PD들은 이같은 유행을 따라 사라졌다는 한국산 호랑이와 사라져 간다는 수달을 찾아 산과 강으로, 시베리아로 발길을 옮겨다녔다. 최근에는 백두산 금강산 등 북의 산하가 다큐의 표적이 되고 있다.
희귀한 소재들은 화면 자체로 화제를 불러일으키기 쉽다. 반면 흙이라는 평범한 소재는 「요리」가 까다로운 재료.
제작진은 먹을 수 있는 흙인 황토살의 존재를 찾아 옛 의학서적에서 발견되는 흙의 효능을 확인했다.
또 흙의 자정작용과 물의 오염이 식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를 화면에 담은 실험도 인상적이었다.
민들레 젖버섯, 검은 꽃잎 버섯 등 미기록종이나 지렁이 세마리의 「합동 짝짓기」, 굴을 놓고 벌이는 두더지의 「집싸움」 등을 화면에 담은 것은 시간 돈과의 싸움에서 이긴 결과였다. 현미경이나 내시경 등을 이용한 촬영도 화면을 생생하게 만들었다.
언제 일어날지 모르는 자연현상을 화면에 담는 것은 운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1년에 걸친 제작진의 끈기가 화면을 풍요롭게 만든 밑거름이다.
그러나 3부작으로 구성된 프로 전체에서 제작진의 감상과 주장이 내레이션으로 지나치게 자주 노출된 것과 완만한 구성은 프로의 흥미를 반감시킨 사족(蛇足)이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