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에서 토크쇼만큼 차별화가 어려운 장르도 드물다. 한정된 공간에서 「말」로 모든 것을 풀어가야 하기 때문.
HBS(채널19)의 「토크쇼 세여자」(토 밤9.00)는 좀처럼 돋보이기 어려운 토크쇼에서 여자 셋을 진행자로 내세워 튀는데 성공한 프로다. 「여자 셋이 모이면 접시가 깨진다」는 속담에 착안해 만들어졌다는 후문. 출연자를 「즐거운 수다」에 끌어들여 솔직한 모습을 드러내도록 만들자는 속셈이다.
「세여자」는 탤런트 강부자 신애라와 아나운서 정은아. 모두 연령대가 달라 20∼50대의 정서를 폭넓게 아우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눈물 많은 어머니의 모습인 강부자와 편안하게 이야기를 끌어낼 줄 아는 정은아, 발랄한 이미지의 신애라가 각자의 특징을 살려 프로그램의 개성을 빚어낸다.
지금까지 이미자 심수봉 조안리 황영조 차범근―오은미 부부 중광스님 등 2백명이 넘는 게스트가 출연했다.
「토크쇼 세여자」가 깔깔대는 웃음과 눈물이 함께 하는 「웃다가 울다가 토크쇼」라면, CTN(채널 29)의 「전해주고 싶은 이야기」(월 밤9.00)는 할아버지로부터 구수한 옛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차분한 톤으로 진행되는 토크쇼.
연예인들이 겹치기로 출연해 신변잡기를 늘어놓는 여느 토크쇼와 달리 잊힌 옛 것에 얽힌 이야기와 빛바랜 한 장의 사진과 같은 추억담을 들려준다. 라디오「서울야곡」의 DJ인 성우 오승룡씨가 사회를 맡아 구수한 입담으로 추억여행을 이끈다.
철도동우회 회원들이 나와 기차에 얽힌 추억을 풀어본 「기차는 세월을 싣고…」, 「서울 6백년」의 저자로부터 들어본 「서울의 고개이야기」, 김동완 전 기상청 통보관으로부터 듣는 기상대의 어제와 오늘 등이 인기를 끌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