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화를 잡기 위한 TV3사의 무분별한 출혈경쟁에 외화(外貨)가 새나가고 있다.
공보처에 따르면 96년 기준 방송사 프로그램 수입 총액은 3천4백27만달러. 최근 환율 1달러 1천2백20원으로 친다면 약 4백18억1천만원에 달한다. 이중 KBS가 1천7백88만달러로 전체의 약 52%를 차지했고 SBS(9백45만달러) MBC(6백94만달러)가 뒤를 이었다.
반면 같은 기간 프로그램 수출액은 약 5백38만달러(약66억원)로 수입액의 15.7%에 불과하다. 이로 인해 약 2천8백88만달러(약3백52억원)의 외화가 외국으로 빠져나간 셈이다.
이같은 방송사 「무역적자」의 「주범」은 외화 수입이다. 모두 2천3백60만달러어치로 전체 수입액에서 약 69%를 차지하고 있는데 편당 수입가도 4만4천달러나 돼 만화영화(1천9백달러) 다큐멘터리(2천2백20달러)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다.
아직 올해 자료는 집계되지 않았지만 방송시간이 늘어난 뒤 심야시간대에 경쟁적으로 외화를 편성해 주 7, 8편을 내보내고 있어 작년보다 외화 수입액이 훨씬 늘어났을 것으로 공보처 관계자는 내다보고 있다.
흥행대작의 판권을 구입하려는 방송사의 과열경쟁은 스포츠 중계권료와 마찬가지로 영화의 TV 판권료를 마구 올려놓는 부작용을 낳고 있다. 실제 모 방송사가 수입한 「쥬라기 공원」의 TV 판권은 50만달러 이상이라는 게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
그러나 방송사들은 외화를 낭비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수입 가격을 「위장분산」하는 편법까지 동원하고 있다. 흥행대작 한편에 많게는 20편까지 패키지 형식으로 판권을 사들이는 것. 따라서 공보처에서 수입 추천을 받을 때는 편당 10만달러 미만으로 기록된다.
한 관계자는 『TV 3사가 칸, 로스앤젤레스 등 해외 프로그램의 판매시장에서 과열경쟁으로 영화 판권료를 올려주며 메이저 영화사의 「봉」 노릇을 하고 있다』면서 『외화의 편성 비율을 낮추고 공동 구입망을 구성하는 등 근본적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