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대 대학교수와 열두살 짜리 의붓딸과의 육체적 사랑. 50년대 미국사회를 포르노논쟁의 소용돌이에 몰아넣었던 소설 ‘롤리타’가 영화로 부활됐다.
‘나인 하프 위크’를 만든 영국의 에이드리언 라인 감독이 6천2백만 달러(약 1천1백16억원·1달러 1천8백원 기준)를 들여 지난해 완성했다. 그런데 55년 원작소설 출간때처럼 미국은 외면하고 유럽에서는 환영하는 상황이 재연되고 있다. 미국의 메이저 배급사들이 하나같이 고개를 가로젓는 바람에 ‘롤리타’의 미대륙 상륙은 봉쇄된 것. 배급사 입장에서는 그러잖아도 근친상간과 어린이에 대한 성적학대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터에 ‘롤리타’를 상영할 경우 엄청난 비난을 들을 게 뻔하기 때문이다.
‘롤리타’는 제작 전부터 주역이 누구에게로 돌아갈 것인지를 놓고도 한동안 화제가 됐다. 롤리타 역의 공모에서 2천5백명의 소녀중 열다섯살난 중학생 도미니크 스웨인이 행운을 차지했다. 상대역의 험버트 험버트교수는 ‘데미지’에서 아들의 연인에 탐닉해 파탄에 이르는 정치인 역을 맡았던 제레미 아이언스(45)가 맡았다.
열두살때부터 영화에 출연했다는 스웨인은 프랑스 파리마치지와의 인터뷰에서 “롤리타역을 공모한다는 얘기를 매니저로부터 듣고 소설을 읽어본 뒤 바로 내 역할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롤리타역을 자기나름대로 연기한 비디오를 찍어 라인감독에게 보냈다는 것.
스웨인은 “벗은 채로 제레미 아이언스의 무릎에 앉는 장면을 찍을 때 직접 몸이 닿지 않도록 두 사람 사이에 방석을 놓았다”며 “러브신을 찍을 때마다 ‘이건 단지 영화일뿐’이라고 자기암시를 걸곤 했다”고 말했다. 이영화에는 스웨인의 알몸장면은 들어있으나 성행위 장면은 들어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나이많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느냐”는 질문에 스웨인은 “만일 험버트처럼 구는 사람이 있다면 당장 감옥으로 보내겠다”며 자신은 열아홉살난 남자친구를 사랑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라인감독은 롤리타역 공모에 수많은 소녀들이 몰려든 것에 대해 “은막에 데뷔하거나 화제를 불러일으킬 역할이어서가 아니라 제레미의 품에 안기고 싶어서일 것”이라며 아이언스를 추켜세웠다.
그러나 정작 아이언스는 ‘성격이상자’역을 단골로 맡는 것이 부담스럽지않느냐는질문에 “복합적이고수수께끼같은인물을 연기하는 것이흥미롭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는도미니크스웨인이 ‘롤리타 그자체’라고극찬하기도 했다.
‘롤리타’는 영국의 스탠리 큐브릭감독에 의해 62년 처음 영화화됐다. 당시 제임스 메이슨이 험버트 험버트교수로, 수 하이언이 롤리타로 나왔다. 흑백으로 찍은 이 작품은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와 원작을 깊이있고 치열하게 해석한 연출로 격찬을 받았었다.
〈김세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