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방부와 육군의 방영 자제 요청으로 ‘외압’시비에 휩싸였던 SBS ‘모래시계’가 청소년 유해물이라는 낙인이 찍힌채 14일 전파를 탄다.
SBS는 이 드라마의 일부 폭력적 장면이 청소년들에게 나쁜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화면 상단에 ‘18세 미만 시청불가’를 나타내는 (18)표시를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시행된 청소년보호법에 따라 사전심의를 받는 일부 영화가 방송위원회에 의해 유해물로 판정받아 (18)표시를 붙여 방송된 적이 있다.
그러나 사후심의를 받는 드라마에서 유해물 표시가 등장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이 조치는 방송위가 아니라 SBS의 자체 결정에 따른 것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SBS 신완수편성국장은 “드라마의 폭력성에 대한 의견이 소수일지라도 존중하겠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라고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그러나 “이 드라마가 ‘빨치산을 미화하고 군의 사기를 저하시킨다’는 군과 일부 단체의 지적엔 동의할 수 없다”며 “광주민주화운동과 삼청교육대 등 다른 내용은 드라마의 뿌리나 다름없기 때문에 지나친 폭력 묘사가 아니라면 그대로 방송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PD연합회(회장 장해랑)도 12일 성명서를 내고 “국방부의 방송 자제 요청은 편성권의 침해이며 창작행위가 외부의 압력으로 제약돼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당초 SBS는 95년 첫방송때 “폭력 미화가 지나치다”는 방송위의 경고를 감안해 일부 폭력을 미화하는 장면을 삭제하고 내보낼 것을 검토했었다. 그러나 폭력장면을 삭제하는 대신 자사의 대표적 드라마를 청소년 유해물 딱지를 붙여 삭제없이 방송하기로 한 것은 명분보다 실리를 좇은 선택으로 풀이된다.
타율적으로 무차별 ‘가위질’을 당하기보다는 차라리 스스로 (18) 낙인을 찍음으로써 원작을 살리겠다는 의도다. 여기에는 아무리 (18)딱지를 붙이더라도 우리 현실에서는 미성년자도 얼마든지 드라마를 볼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한 인기드라마를 놓고 이른바 ‘사상(思想)’을 둘러싼 외압과 청소년 유해물 판정 시비 등은 21세기를 앞둔 대중문화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노출시키면서 방송가의 새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