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TV다큐」만들고 아내는 책으로 펴내고…

  • 입력 1998년 1월 14일 08시 00분


같은 주제를 놓고 남편은 TV다큐멘터리를 제작하고 아내는 책을 쓴다. 손발이 척척 맞는 ‘부창부수(夫唱婦隨)’다. 4∼18일 매주 일요일마다 KBS 1TV에서 방송하는 다큐멘터리 3부작 ‘한반도 탄생 30억년의 비밀’의 김현기PD(30). 그의 동갑내기 아내인 유정아씨가 같은 제목의 3부작 책을 도서출판 푸른숲에서 펴냈다. 처음부터 방송과 책 출판을 동시에 하려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말 ‘세상은 넓다’프로에서 김PD는 “강원도의 석회암지대는 한반도가 먼 옛날 바다밑이었다는 증거일 수 있다”고 했다가 “방송에서 그런 무식한 말을 해도 되느냐”는 항의전화에 시달려야 했다. 그러나 ‘무식하다’고 욕먹은 김PD는 사실 과학전문PD를 지향하는 공학도(미 버클리대, 포항공대 대학원 화학공학과)출신. “석회암이 바닷속에서 만들어진다는 기초지식조차도 모르는 사람이 많아요. 과학이 상식으로 정착되려면 일회적인 방송에 그치지 않고 교육적 효과가 높은 인쇄매체의 결합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아내 유씨가 책 집필을 맡게 된 것도 계획된 일이 아니었다. 원래는 김PD가 쓰기로 했는데 출판사와의 계약절차가 늦어져 방송과 동시에 책을 내려면 한달에 한권씩 써야할 정도로 일정이 촉박해졌다. 그 바람에 ‘아이디어만 있고 문장이 안나오는’ 남편을 대신해 국문과 출신으로 한동안 국어교사를 했던 유씨가 집필을 떠맡은 것. 그러나 전체 책 내용가운데 방송자료는 20% 정도이고 나머지는 유씨가 지질학 교수들을 쫓아다니며 수집한 자료들이다. 처음에는 유씨를 아예 쳐다보지도 않는 교수들이 많았지만 밤을 새워 공부하고 다시 가서 물어보는 유씨의 끈덕진 열의에 나중에는 감수를 자청하는 교수들도 만나게 됐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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