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업계에서 채널묶음 서비스의 하나인 채널 티어링(Channel Tiering)제의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로 케이블TV 가입률이 30% 이상 떨어지면서 효과적인 가입자 유치를 위해 티어링 제도가 떠오르고 있는 것.
채널 티어링은 서로 가격이 다른 채널의 ‘묶음 메뉴’를 제시, 가입자가 경제적 여유와 입맛대로 골라 볼 수 있는 제도로 미국 등에서는 일반화된 지 오래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29개 채널을 모두 의무적으로 볼 경우 종교 등 특정 채널에 비종교인도 수신료를 내야 하는 불합리를 벗어날 수 있어 시청자 권익 측면에서도 오래전부터 시행 요구가 적지 않았던 제도다.
○…티어링제가 미뤄진 이유는 경쟁력이 약한 프로그램 공급사(PP)의 보호 차원에서 공보처가 ‘당분간 유보’를 종용했기 때문. 그러나 케이블TV 출범 3년이 넘었는데다 IMF 한파가 몰아치자 케이블 방송국(SO)들이 적극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케이블방송국협의회측은 “지금까지도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PP는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가뜩이나 힘든 IMF위기상황에 자칫하면 함께 망할 수 있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PP들 가운데도 티어링제를 둘러싼 의견이 서로 다르다. 도입을 반대하는 쪽은 시청률이 낮은 비인기채널들. 이들은 “티어링제는 인기 채널을 중심으로 운영되어 경영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한데 ‘정리해고’ 당하란 말이냐”며 불만을 털어놓고 있다. 반면 뉴스와 영화, 스포츠 등 시청률이 높은 인기 채널들은 “티어링제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느긋한 입장이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