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3사가 국제통화기금(IMF)위기를 타개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바꾼 편성 정책은 거꾸로 가고 있음이 드러났다.
방송개발원은 최근 ‘국가경제위기와 텔레비전 프로그램’ 토론회에서 IMF 이후 방송 3사의 오락 프로가 일주일에 2∼17시간씩 오히려 늘어난 반면 경제위기의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고 고통분담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할 보도와 교양부문은 줄었다고 지적했다.
방송개발원은 자체 프로그램 모니터팀을 통해 지난해 11월초부터 1월초까지 방송 3사에서 방영된 프로를 대상으로 분석, 이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이에 따르면 KBS1을 제외한 3개 채널에서 일주일 기준으로 오락프로는 KBS2가 2시간15분, MBC가 7시간15분이 늘어났으며 SBS는 무려 17시간25분을 늘렸다.
줄어든 보도와 교양시간은 KBS2가 각각 55분, 6시간15분. MBC는 각각 1시간40분과 8시간반씩이었으며 SBS도 각각 2시간5분, 20시간25분씩 단축했다.
또 IMF 이후 드라마 방영 시간도 늘어났다. KBS2는 3시간10분, MBC는 2시간5분, SBS는 16시간30분이 증가, 모두 21시간 45분이 증가했다.
드라마 여주인공을 비롯, 오락프로 출연자의 값비싼 장신구 등 IMF시대 방송에 역행하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KBS의 한 관계자는 “유익한 내용이어도 약간 극화하거나 쇼의 형식을 취하면 오락으로 분류되는 실정”이라며 “경직된 기준에 의해 오락이 늘고 교양이 줄었다고 분석하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
〈허 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