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회 맞는 「베스트극장」,문학작품-드라마 끈잇기

  • 입력 1998년 2월 4일 07시 45분


3백회 기념작
3백회 기념작
“제 글 한번만 읽어주세요.” ‘MBC베스트극장’ 제작진에겐 매주 수십건의 ‘옥고(玉稿)’가 쇄도한다. 자신의 작품이 화려하게 영상화되길 바라는 신예 문인과 방송작가 지망생들의 땀밴 원고들. 국내 TV단막극의 대명사인 MBC베스트극장이 6일로 3백회를 맞는다. 전신인 베스트셀러극장(83년11월∼89년6월 방영)까지 합치면 15년째 브라운관 단막극의 맥을 이어온 것. 다른 방송국의 단막극들이 수없이 명멸한 데 비해 베스트극장은 91년7월 첫 방영이래 수많은 신인작가 연출자 연기자들의 등용무대로 각광받으며 독특한 자기 영역을 굳혀왔다. 베스트극장의 특징은 ‘문학과 드라마의 끈 잇기’. 베스트셀러극장 시절엔 90%이상이 소설을 극화한 것이었고 베스트극장도 3백회 중 21%인 63편이 문학작품에서 소재를 구했다. 문인들의 작품을 영상화할 때는 단편 1백만원, 중편 1백50만원, 장편 2백만원의 원작료가 나간다. 지명도 높은 중견 문인의 작품이건 신예문인이건 액수는 같다. 문인들 중엔 자신의 작품이 영상화되는 것을 기뻐하고 아예 작품집을 보내며 홍보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김승옥 이문구 등 깐깐한 몇몇 문인들은 작품 사용 허락을 받아내기가 여간 어려운 게 아니다. 횟수가 거듭되면서 제작팀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역시 소재 구하기. TV제작국드라마4팀의 권이상팀장은 “이미 1천편 이상의 문학작품이 브라운관에 등장해버려 이제는 문학전집에 등장하는 근현대 작품들 가운데선 더이상 소재를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재 제작팀은 3명의 소재발굴 전담요원까지 두어 문학월간지 등을 섭렵하고 인터넷 등 가능한 모든 영역을 ‘사냥’한다. 주제와 형식의 폭이 넓고 실험정신이 강한 특성 때문에 항상 수천명의 작가지망생들이 베스트극장 극본 공모에 몰린다.‘예스터데이’의 정유경, ‘내가 사는 이유’의 노희경, ‘종합병원’의 최완규 등 수많은 방송작가들이 이 속에서 탄생했다. 한석규 차인표 심은하 신윤정 임경옥 등등 베스트극장을 통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끈 연예인도 한 둘이 아니다. 이 프로의 장수비결은 무엇일까. 방송비평가들은 민감한 사회문제에서부터 인간성 탐구에 전념하는 순수예술작품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기존틀에 얽매이지 않고 때로는 코믹하게, 때로는 예술적인 실험적 영상으로 다뤄온 점을 평가한다. 반면 횟수를 거듭하면서 ‘함량이 떨어지는’작품이 등장한다는 비판도 들려온다. 6일밤 3백회 기념작으로 97년 극본공모 최우수당선작인 ‘전등사’(극본 이한호, 연출 박성수)가 방송된다. 조선시대 중인과 양반사이의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이야기가 펼쳐진다. 〈이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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