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음반 ‘혼자 사랑’이 지닌 몇가지 실험. 클래식과 가요를 접붙인 ‘예술가요’, 노래와 시가 한몸을 이룬 ‘노래시’라는 이색 장르, 게다가 수용자들이 미리 음반 값을 내놓는 제작 방식.
머리곡 ‘혼자사랑’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 모음곡 제1번이 도입부에 흐르고 트럼펫 색소폰 등이 선율을 탄다. 노래말은 도종환의 시. 음반 전체의 분위기가 20대 이상 성인취향임을 서슴없이 드러낸다.
작곡은 이건용 한국예술종합학교 작곡과 교수가 맡았고 노래는 서울대 성악과 출신의 가수 전경옥이 불렀다. 안치환 송창식도 한곡씩 참가했다.
이교수는 순수음악과 대중음악 사이의 벽을 허물자는 취지의 ‘예술대중음악론’을 주장해온 주인공. 이번 음반은 그 주장을 ‘현물화’한 셈이다. 전경옥은 민족음악연구회 중심으로 활동해오다 이번에 보다 적극적인 대중 가수로 나섰다.
제작 방식은 독립 음반의 한 형태다. ‘음악 수용자를 생각하는 모임’의 8백여 회원이 4천만원의 제작비를 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시도한 방식. 실험적 음악이 외면받기 일쑤인 한국 시장에서 불가피한 생존 방식일 듯. 때마침 국제통화기금(IMF) 한파중이어서 음반시장에서 어느 정도의 자리를 차지할지 더욱 주목받는다.
실험은 얼마나 성공할까. 노래가 주의나 주장을 앞세우면 대중은 거리감을 느낄 수도 있다. 음반 제작을 지휘한 프로듀서 마도원씨는 “실험적 시도는 대중적 정서를 담기 위한 그릇일 뿐이며 오직 노래로 승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허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