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기부 왠지 찜찜? 『옛청사 촬영 하지말라』

  • 입력 1998년 2월 6일 08시 55분


남산의 옛 안기부 청사는 아직도 금역(禁域)인가. 드라마 사상 최초로 서슬퍼런 정보부시절 남산 지하벙커 조사실을 공개할 예정이었던 SBS 정치다큐드라마 ‘3김(金)시대’에 안기부로부터 장소사용 불허 ‘외압’이 들어와 방송사측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이 드라마는 5일 옛 안기부 청사의 지하벙커에서 김용태(한상혁 분) 공화당의원이 당시 김종필 공화당의장(정동환)의 대통령 추대를 꾀한다는 혐의로 조사받는 68년 국민복지회 사건을 촬영할 예정이었다. 제작진에 따르면 청사중 지하벙커의 관리를 담당하는 서울시시정개발연구원측이 SBS의 협조공문에 대해 사용허가 방침을 3일 구두전달했으나 갑자기 입장을 바꿔 사용불가를 통보해왔다는 것이다. 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구두 회신은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사용허가 방침은 아니었다”면서도 “안기부의 옛 청사라는 특수성 때문에 안기부측과 의견을 나누는 과정에서 사용불가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안기부측은 “소유권이 서울시로 이전됐지만 내용이 안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줄 수 있어 드라마 촬영은 곤란하다는 의견을 연구원측에 전달했다”며 이 과정에 개입했음을 시인했다. 안기부측은 또 드라마에 설정된 일부 내용이 역사적 사실과 다르다는 점을 문제삼고 있다. 68년 김형욱부장 시절의 청사는 남산이 아니라 이문동에 있었고 취조실로 알려진 지하벙커도 실제로는 을지훈련 상황실로 사용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안기부를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묘사하지 않고 역사적 시점이 맞는다면 다른 촬영은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연출자 고석만PD 등 제작진은 “서울시에 관할권이 있는 옛 청사 사용문제에 안기부가 나서는 것 자체가 월권”이라며 홍보성 방송에만 나오겠다는 것 역시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드라마는 어쩔 수 없이 시정개발연구원이 관리하는 부분을 뺀 나머지 지역에서 촬영할 방침이다. 이 드라마는 3김씨와 전직대통령 그룹에 이어 최근 김홍일(윤다훈 분) 김현철(손지창) 전재국(변우민) 노재현(김정균) 박지만(홍경인) 등 대통령 2세 그룹과 김동영(정한헌) 최형우(이계인) 서석재(이도련) 권노갑(정성모) 김상현(천호진) 등 가신들, 김형욱(조경환) 이후락(정욱) 김계원(오승명) 등 역대 중정부장에 대한 캐스팅을 마무리지었다. 2월말 방영 예정.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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