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하나 여자 열.’
11명으로 짜인 공동창작팀이 MBC 시트콤 ‘남자셋 여자셋’이 일으키고 있는 ‘인기바람’의 진원지다.
이 프로는 평일 20%이상, 일요일의 재방영분은 30% 안팎으로 시청률 10위권에 오르는 이변을 연출하고 있다. 3월부터는 중국과 스타TV의 일본어 채널을 통해 세계로 전파될 예정이다.
이의정 송승헌 등을 스타로 발돋움시킨 이 프로는 이의정의 키치 패션과 “모여봐” “아이고, 아이고” 등의 유행어를 낳아 10대 사이에서 “‘남셋여셋’을 안 보면 대화에 낄 수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창작팀은 아이디어맨(2명) 구성작가(5명) 수정작가(4명) 등으로 구성된다. 다른 오락물에 비해 두배 가까운 인원이다.
유일한 남성작가인 김성덕씨는 “대본작성에 참여하지 않는 수정작가가 객관적인 눈으로 웃음의 성능을 심사한다. 연습과정에서도 출연자의 아이디어를 수시로 집어넣는 등 대본 작업에 공을 들이는 것이 인기비결”이라고 말했다.
이들도 대본에 담지 못한 ‘남셋 여셋’의 뒷이야기가 재미있다.
송승헌과 ‘안녕맨’으로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김진은 ‘정리해고’의 위기에서 어렵게 구제된 경우. 두사람 모두 말쑥한 외모로 후한 점수를 받았지만 연기력은 낙제점이었다. 송승헌은 대사가 필요없는 뮤직비디오식 화면과 정말 안웃기는 ‘썰렁 개그’로 위기를 넘겼다. 송승헌보다 한술 더 뜨는 김진은 고심 끝에 2주간 “안녕”이라는 대사만 했다. 급기야 “정말 안녕”하며 도중하차할 뻔했지만 그때부터 기적처럼 시청자 반응이 들어오는 바람에 “안녕하세요”로 정식 인사를 했다.
이의정은 ‘덜 예쁜’ 덕분에 캐스팅되는 행운을 안았다. 주시청층인 10대들이 한결같이 잘 생기고 예쁜 출연자들의 모습에 이질감을 느껴 외면한다는 분석 때문이었다. 골치덩어리로 설정된 평범한 이의정이 미남인 송승헌의 짝이 되면서 시청률도 함께 올랐다는 후문이다. 대신 초창기 송승헌의 파트너였던 채정안은 ‘지나친’ 미모 때문에 ‘불명예 퇴직’했다.
출연자의 별명과 극중 연기자의 이름을 그대로 쓰는 통에 생긴 사건도 있다. 송승헌은 짙은 눈썹 때문에 ‘숯검댕이’나 아무도 웃지 않는 개그 실력 때문에 ‘썰렁 개그’의 교주로 불린다. 스튜디오에서 아톰머리(이의정) 빈대(홍경인) 안녕맨(김진)을 찾는 것은 괜찮지만 큰 바위 얼굴(김용림)을 부르는 것은 금기사항이다. 실제 노처녀인 안문숙은 “이 드라마로 혼사길이 막힌다”며 러브스토리를 주문하기도 했다.
이 프로는 3월 개편때부터 개그맨 이휘재가 우희진의 상대역으로 등장하며 송승헌이 대학원에 진학하는 등 내용을 부분적으로 손질할 예정이다.
〈김갑식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