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국제통화기금(IMF)한파에 할리우드가 콜록거린다. 환란(換亂)에 영화수입(輸入)이 줄어 할리우드 수입(收入)도 줄었기 때문.
그런데 껄껄대는 쪽도 있다. 미국 메이저영화사의 한국지사인 직배사가 그들이다. 미국연예주간지 버라이어티는 “돈에 굶주린 한국이 영화구매를 중단한 것을 틈타 미국 배급업자(직배사)들이 재빨리 한국판권을 가로채고 있다”고 전했다.
할리우드의 관측에 따르면 아시아, 특히 한국의 영화수입업자들은 예전과 같은 ‘탐욕스러운’ 영화구매욕을 완전히 잃어버렸다.
지난 몇년간 다른 나라보다, 심지어 한국의 다른 수입업자보다 비싼 값을 퍼붓고 사들이던 시대는 끝났다. 대기업들마저 이미 수입계약이 끝난 영화를 제외하고는 새 영화를 살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 해마다 1백여명이 몰려가 영화구매에 열을 올리던 아메리칸 필름 마켓(AMF)에도 올해는 단 7명만이 건너간다. 이미 계약이 끝난 영화 수입가의 재협상을 요구하거나 잔금지불마저 미루고 있는 형편이다. TV광고가 줄면서 방송사 수입도 줄어 TV용 영화구입도 급격히 감소했다. 이때문에 아시아지역에 영화를 사전판매, 제작비를 조달하거나 심지어 한국영화시장을 ‘봉’으로 여겨온 할리우드 영화사들은 전전긍긍하는 실정.
쿠시너―로케 인터내셔널의 파스칼 보르노사장은 “경기가 좋았을 때는영화 한편 제작비의 30∼40%를 한국에서 조달할 수 있었다”며 좋았던 시절을 떠올리곤 한숨지었다.
그러나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직배사를 통한 영화배급. 미국의 미라맥스는 ‘굿 윌 헌팅’ ‘미세스 브라운’ 등 8개 영화의 판권을 한국에 직배사를 두고 있는 브에나비스타에 일괄적으로 팔아넘겼다. 브에나비스타는 또 폴리그램으로부터 ‘채무자들’의 한국판권을 사들였다.
미라맥스의 해외배급 사장인 릭 샌즈는 “한국 수입사들이 멈칫거리고 있는 이때 브에나비스타나 UIP, 워너브러더스 등 메이저직배사와 거래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말하고 있다.
한국영화수입사가 영화를 사들이면 수입가만 지불하면 된다. 1백만달러에 사왔다면 15억원 가량의 수입가를 제외한 나머지는 한국몫이다. 그러나 직배사가 들여올 경우 영화수입의 50∼60%는 고스란히 미국으로 직송된다. 예를 들어 ‘타이타닉’에 1백50만 관객이 들 경우 90억원의 입장수입중 45억원은 미국으로 넘어간다. 네티즌 사이에 “외채를 갚기 위해 금모으기 운동을 하는 판에 직배영화를 봐야 하느냐”는 주장이 나오는 것도 이때문이다.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