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타이타닉」 개봉 사흘새 16만돌파

  • 입력 1998년 2월 23일 08시 47분


“이것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다. 하나의 대사건이다.” ‘맨 인 블랙’의 감독 배리 소넨펠드는 뉴스위크지와의 인터뷰에서 ‘타이타닉’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우리나라에서는 20일 개봉된 이 영화도 우리 영화사의 일대 사건으로 기록될 것 같다. 개봉되기도 전에 서울에서만 13만장이 예매됐다. 주개봉관인 서울극장에는 첫날 오전 7시 50분에 첫회가 시작되기 한시간 전부터 현장에서 표를 사려는 관객이 2백여명이나 늘어섰고 주말까지 전회매진, 서울에서만 사흘새 단숨에 16만관객을 돌파했다. 영화가에서는 ‘타이타닉’이 지난 90년 ‘사랑과 영혼’이 세운 흥행1위의 기록(서울관객만 1백60만명)을 깨뜨릴 것으로 장담한다. 여기서 거둬들인 수입중 절반은 20세기 폭스사의 미국본사로, 소유주인 언론재벌 루퍼트 머독의 주머니로 들어간다. 미국에서 세운 기록은 더욱 엄청나다. 우선 흥행순위. 개봉되자마자 할리우드 박스오피스 1위에 올라 10주째 1위를 달리고 있다. 다음은 수익. 2억8천만달러라는 영화사상 최고의 제작비를 퍼부었지만 미국내에서만 20일 현재 이미 3억7천6백27만달러를 벌어들여 제작비를 뽑고도 남았다. ‘쥬라기공원’의 총수익 3억5천7백만달러를 넘어섰고 미국영화 역대 흥행1위인 ‘스타워즈’가 세운 4억6천1백만달러를 언제 뛰어넘을지가 관심거리다. 세계적으로는 50여개국에 개봉돼 7억3천만달러 이상을 벌었다. 도대체 이 영화의 무엇이 전세계 관객들을 끌어당기는 것일까. 무엇보다 영화가 지닌 엄청난 폭발력을 들 수 있다. 아카데미상 14개부문 후보에 오를 만큼 연출력부터 소품에 이르기까지 ‘타이타닉’은 어느 한부분도 대충 만든 구석이 없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부자나라에서부터 IMF한파를 맞고 있는 우리나라에 이르기까지, 남녀노소 불문하고 관심을 두는 것은 이 영화에 백인(百人)이 백이사지(百爾思之)할 수 있는 다양한 기호가 담겨있기 때문이다. 각기 다른 사회적 배경을 지닌 관객들이 한 영화에 몰린다는 것은 그 작품안에 저마다 달리 받아들일 수 있는 다양한 의미와 친숙함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문화이론가 미하일 바흐친은 풀이했다. 로맨스를 좋아하는 이들에게 여자를 위해 목숨을 바치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처럼 가슴찡한 감동은 없다. 영화의 사회적 역할을 중시하는 관객에게 ‘타이타닉’은 계급과 자본, 테크놀러지에 대한 신랄한 비판으로 다가온다. 국난에 빠져있는 국민에게는 인재(人災)가 빚은 참사, 난국에 대처하는 지도자의 모습이 부각될 것이 틀림없다. 그래서 미국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지는 “‘타이타닉’이 걸작은 아닐 수도 있으나 각기 다른 감정과 이유 생각으로 모든 사람을 빨아들이는 오락물임은 분명하다”고 평했다. 근착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지는 ‘타이타닉’이 할리우드 영화판도를 바꿔놓았다며 “앞으로 초대작 영화 제작이 느는 반면 전체 제작편수는 줄어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제작규모보다 중요한 변화는 영화자체의 흐름이다. 불안과 기대가 교차하는 세기말, 사람들의 가슴을 뭉클하게 해주는 센티멘털리즘과 신낭만주의가 호화유람선 타이타닉과 함께 화려하게 부활한 것이다. 〈김순덕·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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