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레옹」「타이타닉」,남자죽이기로 감동살리기?

  • 입력 1998년 2월 24일 08시 37분


‘편지’‘레옹―완전판’‘타이타닉’. 지난해 말부터 국내에 차례차례 개봉돼 관객동원에 성공한 작품들이다. 각각 한국 프랑스 미국감독에 의해 제작됐다. 그러나 세 영화는 공교롭게도 같은 끝마무리 방식을 취하고 있어 “감동을 주는 플롯은 정해져 있다”는 속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들의 끝마무리 패턴은 “헌신적 사랑을 보인 남자가 극적으로 숨져버린 빈 자리에 홀로 남은 여자가 불망비(不忘碑)를 세운다”는 점. ‘편지’의 경우 수목원 연구원인 남편(박신양 분)이 죽자 그의 따스했던 사랑을 기억하는 아내(최진실)는 남편이 심은 ‘나무’앞에 유골을 뿌려준다. 유복자가 태어나자 나무 앞에 데려와 아버지의 존재를 알려준다. 킬러 레옹(장 레노 분)은 소녀 마틸다(나탈리 포트만)의 가족을 죽인 경찰과 함께 장렬하게 폭사한다. 슬픔을 삭이던 마틸다는 레옹이 애지중지하게 가꿔오던 ‘화초’를 볕이 잘 드는 교정 한구석에 심는다. ‘타이타닉’의 경우 조난당한 로즈(케이트 윈슬렛)를 끝까지 보호해준 청년 도슨(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이 물속에서 숨진 지 수십년 후 늙은 로즈가 사고해역으로 찾아와 추억 어린 ‘다이아 목걸이’를 심연에 빠뜨린다. 이런 식의 도식성 때문에 인물성격의 부조화나 무리한 이야기 전개도 눈에 띈다. ‘타이타닉’의 히로인 로즈가 한 예. 갑부와의 억지약혼이 싫어 자살까지 시도할 만큼 단호한 면모를 보여주지만 결국 그와 결별한 후에도 약혼선물이었던 다이아 목걸이는 돌려주지 않는다. 돈이 궁해 억지약혼하게 된데 대한 심한 내적 갈등을 보였음을 감안하면 이는 끝마무리를 위한 무리한 인물설정이라는 것. 평론가 전찬일씨는 “세 작품에서 나무 화초 목걸이는 똑같은 역할을 하는 영화적 기호로서 이미 남자가 보여준 희생에 덧붙여져 감동을 고정시키는 역할을 한다”며 “그러나 결말을 열어놓고 관객들이 능동적으로 해석하게 하는 작품들과 비교한다면 감동을 작위적으로 만드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권기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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