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서 멀어지는 「3·1절 함성」…IMF로 드라마 기피

  • 입력 1998년 2월 27일 07시 38분


‘TV에는 3·1절이 없다.’

국제통화기금(IMF)한파의 영향인가 아니면 봄 개편 때문인가.

해마다 특집프로를 마련해온 TV 3사의 편성표에서 올해는 3·1절이 ‘실종’했다.

1일 방영되는 MBC ‘암태도의 작은 승리’(오전 8·00)와 KBS1 ‘일요스페셜―잃어버린 이름 동해’(밤 7·55)가 그나마 3·1절 특집의 명맥을 유지했다.

‘암태도…’는 식민지 시대에 치열한 농민항쟁의 불길이 일었던 현장을 찾았다. 1920년 전남 서해안의 작은 섬 암태도에서는 소출의 8할이나 되는 가혹한 소작료에 견디다 못해 8백여명의 농민이 일어서 지주를 싸고도는 일제의 탄압에 맞섰다. 또 두번에 걸친 ‘목포상륙작전’으로 당시 목포 경찰서와 재판소를 점거하고 소작 쟁의를 승리로 이끌어냈다.

장편소설 ‘암태도’의 작가인 송기숙씨가 동행취재해 암태도의 저항정신을 재조명한다.

‘일요스페셜’은세계지도에 ‘Sea Of Japan’으로 표기돼온 동해의 명칭 문제를 추적했다.

동해는 남북 1천7백㎞, 동서 최대폭 1천1백㎞, 애국가의 첫 구절을 장식하는 자랑스러운 상징이다. 그러나 1929년 일본은 바다 이름을 정하기 위해 열린 회의(IHO)에서 동해의 이름을 일본해로 바꿔버렸다. 이후 일본해가 국제사회에서 공식 명칭으로 사용됐지만 우리 정부는 무관심했다. 92년경에야 비로소 외교적 채널을 동원해 문제를 제기하기 시작했을 정도.

이 프로는 ‘동해연구회’ 등 지리학자들의 동해 되찾기를 위한 노력과 영국 일본 등 7개국의 해외 현지취재를 통해 동해와 관련한 분쟁을 추적했다.

이밖에 TV 3사가 일제히 중계하는 기념식(오전 10·00)를 빼고는 ‘뮤지컬 명성황후’(KBS1 밤12·00)와 ‘일송정 푸른 솔은’(KBS2 밤11·15) ’재즈바 히로시마’(SBS 밤12·00) 등 영화가 3·1절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방송사들은 매년 준비해온 특집드라마 대신 주말 시간대를 자사 프로의 재방영이나 스포츠 중계 등으로 메우는 실정이다.

SBS의 한 편성관계자는 “대통령 취임 관련프로와 봄 편성 준비로 사실상 제대로 된 3·1절 기획을 준비하지 못했다”면서 “IMF사태의 여파로 제작비가 많이 투자되는 특집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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