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집앨범 낸 마돈나,폭발적 댄스리듬-성적매력 발산

  • 입력 1998년 3월 4일 07시 20분


마돈나가 새 음반에서 테크노 사운드를 구사한다.

아무려면 그럴까. 테크노는 사이버 세대의 문법인데. 그렇다면 섹스 어필은 포기하나. 아니다. 마돈나라면 테크노로도 얼마든지 섹스 어필할 수 있다. 이를테면 ‘사이버 섹스 우먼’정도가 되지 않을까.

하긴 테크노 사운드에는 뇌쇄적이고 몽환적인 면이 있다. 테크노는 원래 기계와 인간의 조화를 추구하는 사운드. 일그러진 효과음과 징징거리는 기계음이 특징인 테크노는 힙합 록 댄스 등 여러 장르와 한몸이 됐고 3년쯤 전부터는 아예 팝계의 주류로 자리잡았다.

마돈나가 여기에 합류한 것은 새삼스럽지 않다. 이미 95년 음반 ‘Something To Remember’에 담긴 ‘I Want You’에서 테크노의 씨앗을 선보인 적이 있다. 당시 테크노의 첨병이었던 그룹 ‘매시브 어택’과의 공동 작업을 통해서.

그로부터 3년만에 나온 새음반 ‘Ray Of Light’(13집)는 본격적으로 테크노를 과시하는 셈. 수록곡 ‘Ray…’는 테크노 사운드에서 폭발하는 댄스 리듬이 인상적이다. 몇몇 대목은 영국 테크노 그룹 ‘프로디지’를 연상시킨다.

첫 싱글은 안개속을 헤매는 듯한 발라드 ‘Frozen’으로 내세웠다. 댄스곡 ‘Ray…’보다 발라드를 선택한 이유는 성적 매력을 한껏 내보일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사막에서 극비리에 촬영한 뮤직비디오에는 그런 의도가 엿보인다.

마돈나는 새 흐름을 빨아들여 온몸으로 표현하는 데 귀재다. 음악뿐만 아니라 자신의 이미지를 상품화하고 그것을 파는데 뛰어나다. 83년 데뷔곡 ‘Lucky Star’의 디스코와 버블검 록(10대 취향 록음악의 한 갈래)에서 시작, 실연을 읊는 등 가사와 선율을 중시하는 노래로, 팝 모더니즘으로 이동했다. 이번 음반도 테크노를 철저하게 화음이나 반주로만 이용한 점이 역시 마돈나답다. 팝계에서는 “테크노가 전위적 특성으로 인해 대중에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았지만 마돈나는 예외일 것”이라고 내다본다.

마돈나는 그때그때의 사회흐름에 맞춰 패션과 스타일을 바꿈으로써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냈다. 맨처음 보이토이(Boy Toy·나이든 사람과 관계를 유지하는 성적 매력이 있는 젊은이라는 뜻)에서 야심만만한 여자, 고전적 여인을 거쳐 섹슈얼리티의 화신으로 끊임없이 자신을 ‘만들어’나갔다. 숀 펜과 이혼한 후인 90년대 들어서는 인습적인 섹슈얼리티의 표상에 도전했고 전위적인 테크노의상을 입고 나왔으며 남성과 여성, 고급과 저급, 지배와 피지배 등 기존의 고정관념을 패러디하고 혼성모방하는 포스트모더니즘 성향을 드러내고 있다. 올해 마흔살이 됐고 이제 딸 하나를 둔 중년이지만 데뷔 이래 줄곧 거침없는 도발성으로 ‘마돈나 현상’을 만들어낸 마케팅전략은 가시지 않은 것.

재닛 잭슨, 머라이어 캐리 등 팝의 여왕들이 잇따라 고개를 숙이는 요즘. 마돈나의 테크노 바람이 어떨지 궁금하다.

〈허 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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