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시대에 허리띠를 조여맨 방송사에서 1인 다역의 ‘IMF형 PD’들이 뜬다. 확실한 경비절감으로 소속회사에서 효자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는 이들은 음악전문 PD들. 인기나 뛰어난 외모보다 전문지식이 더 중요한 분야라서 ‘1인 다역’이 가능했다.》
2일부터 KBS 2FM에서 ‘김진규의 추억의 골든 팝스’(매일 오전11·00)를 진행하는 김진규PD. 작가도 없고 엔지니어도 따로 없다. 혼자서 PD 작가 엔지니어 DJ 등 1인4역을 맡고 있다.
자신은 “축구장에서 보조감독으로 서있다가 갑자기 맨발로 시합에 뛰어든 느낌”이라지만 김PD의 ‘단독 플레이’로 버는 돈은 한 달에 5백80만원이나 된다. 지금까지는 작가 두명과 진행을 맡았던 가수에게 월 6백만원이 나갔지만 지금 김PD가 받는 돈은 진행경비 20만원뿐이기 때문.
그는 30년 가까이 대중가요 프로만을 만들어온 음악전문PD다. 그동안 사들여 집에 쌓아놓은 음반도 LP가 5만장, CD가 2만장이나 돼 이사할 엄두조차 못낼 정도.
직접 마이크를 잡는 것이 처음은 아니다. 70년대 대구의 한국FM에서 ‘김진규와 함께’라는 음악프로를 진행했던 경험이 있다. 그때도 연출과 진행, 기술을 혼자서 도맡아 한 ‘새마을형 PD’였다.
스튜디오에 혼자 앉아서 여러 일을 하자니 정신없을 것같지만 제일 큰 적은 의외로 졸음이란다. 대구에서 ‘김진규와 함께’를 진행할 때도 음악을 틀어놓고 자버리는 바람에 한 가수의 노래가 다섯곡 연달아 나가 혼쭐이 났던 경험이 있다.
“요즘은 영화 ‘접속’의 영향때문인지 흘러간 팝송을 찾는 사람들이 많아요. 옆집 아저씨가 ‘야,이거 좋은데 한 번 들어볼래?’하는 것처럼 제 프로가 편안한 느낌을 줄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김PD가 ‘오디오 형’이라면 음악전문 케이블TV인 m.net(채널27)에서 5일부터 ‘타임 투 록’(목 밤11·00)을 진행하는 신형관PD(29)는 ‘비디오 형’이다.
해박한 음악지식과 깔끔한 외모,패셔너블한 옷차림이 ‘보다 싼 진행자’를 찾던 ‘타임 투 록’의 양희승PD의 눈에 띄어 전격 발탁됐다.
월급을 받으면 절반은 CD구입에 쓰는 신PD는 “새로 나온 문화와 유행, 기술력을 가장 잘 담고 있다”고 주장하며 당당하게 전자오락에 빠져 사는, 영락없는 신세대다.
제일 잘 부르는 노래가 ‘서태지와 아이들’의 ‘하여가’이고 대학(연세대 국문과)시절부터 신촌의 록 전문카페에서 DJ일을 해온 그는 m.net에서도 손꼽히는 록음악 전문가. 이름도 생소한 ‘콘’‘레이지 어겐스트 더 머신’‘레드핫 칠리 페퍼스’가 그가 가장 좋아하는 그룹이다.‘타임 투 록’에서는 VJ이지만 ‘닥터 엠’이라는 음악 프로의 연출도 맡고 있다. “록 마니아들보다 평범한 시청자들에게 록음악을 알고싶다는 생각을 이끌어낼수 있으면 좋겠다”는게 록 마니아 신PD의 바람.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