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구인프로의 선발주자격인 KBS특별기획 ‘일자리를 찾아줍시다’.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종합전시장과 7개 지역 KBS공개홀에 마련된 구인구직 행사장을 연결해 생중계하고 중간중간 리포터가 구인회사를 찾아가 일터의 열기를 전달한다. 실업이 워낙 심각하다보니 실직자들의 호응이 크다. 첫방송인 지난달 17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사흘씩 네차례에 걸쳐 열린 이번 기획에 20여만명이 몰렸다. 반면 일자리는 고작 1만2천4백개로 무려 16대1의 경쟁률이었다. 구직신청자중 4만3천여명이 취업알선을 받았지만 실제 취업자는 5천명 이내인 것으로 추정된다.
이 프로가 돋보이는 점은 전국 각 직업알선기관의 전산망을 연결, 어느 지역에서나 전국의 일자리를 검색할 수 있게 한 점.
하지만 고용전문가들은 “TV 매체의 이점을 충분히 살리진 못한 채 ‘또 하나의’ 취업박람회에 그친 것 같다”고 아쉬워한다. 특히 구인자 입장에서 재취업훈련 시스템 등 취업에 필요한 실질적 정보와 제도적 메커니즘을 취재 발굴해 소개해주는 역할이 부족했다. 또 실직자를 뽑겠다는 참여업체가 너무 적었고 더구나 대기업은 영업직 사원을 모집한 대우자동차를 제외하면 전무했다. 이에 비해 SBS의 ‘TV공개채용 내·일·선·언’(금 오후7시5분)은 구직알선에 오락적 요소를 많이 가미했다. 마치 ‘사랑의 스튜디오’류의 공개구혼프로를 보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국노동연구원 선한승박사는 “실업문제는 일회적 흥미적 차원에서 접근해선 안된다”며 “특히 특집 프로뿐만 아니라 뉴스 등에서도 행사장에 나온 실직자들의 안타까운 얼굴에 직접 카메라를 들이대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선박사는 또 “직업알선망이 잘 정비된 선진국에선 공중파 방송이 일자리 찾아주기에 나선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라며 “이런 유의 프로가 방영된다는 것 자체가 정부로선 무척 창피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