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별난 점 한가지.
가수중 코미디언 기질이 탁월한 이를 손꼽으라면 단연 박상민이다. 방송에 나와 노래할 때는 발라드 색깔을 띠지만 라이브 공연장은 그야말로 폭소 대잔치. 노래는 발라드, 행동은 코미디언. 이런 ‘이중성’때문에 팬들도 아리송해한다.
“천성인데 별수 있나요. 그래도 발라드 가수임은 보장합니다.”
사실 주위에서는 그의 허스키 음색이나 호소력 등으로 미루어 발라드 색깔을 더 짙게 풍겼으면 하는 바람도 많았다. 이번 5집의 머리곡 ‘비원’은 박상민의 색깔이 듬뿍 담긴 애절한 발라드다. 박상민의 설명에 따르면 부르면 부를수록 노래의 의미가 가슴깊이 와닿더라는 것.
“솔직히 고백하면 이제서야 노래에 인생을 담는다는 의미를 어렴풋이 알게 됐습니다.”
‘비원’을 녹음할 때 고생도 많았다. 삶의 비원을 담으려고 녹음 재녹음을 열번도 넘게 했다. 나중에는 상한 가슴을 느낄 수 있는 목소리를 내려고 억지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결과는 만족.
가수는 음반을 마무리할 무렵이면 ‘느낌’이 온다. 소위 뜬다, 안뜬다는 상반된 감정이 교차한다. 그런데 이번 음반은 느낌, 그 이상이다. 비록 국제통화기금(IMF)시대이지만 60만장이상까지 자신할 정도다.
그의 말대로 이번 음반은 지금까지의 박상민 앨범중 가장 낫다는 평을 듣는다. 14개 수록곡의 완성도가 알차고 곡 구성도 그렇다. 새음반 속 ‘하나의 사랑’은 박상민이 두번째 머리곡으로 올릴 만큼 아끼는 노래. 발라드 가수로서 박상민의 창법의 변화, 호소력있는 음색 등을 완연히 엿볼 수 있는 곡이다.
“이 노래와 더불어 머리곡 ‘비원’ ‘사랑을 잃어버린 나’의 애조가 이번 음반에서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서른이 넘었으니 롱런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발라드 색깔을 좀더 짙게 풍겨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면서도 ‘무기여 잘있거라’의 후속편격인 ‘무기라도 됐으면’에서는 구애 사연을 코믹하게 풀어헤쳐 코미디언 천성을 숨기지 않았다. 라이브 무대에서는 이 노래로 좌중의 분위기를 주도하겠다는 전략.
박상민은 29일 경주에서 열리는 동아마라톤 마스터스 5㎞ 부문에도 뛸 생각이다. 새 음반을 내면서 쌓였던 피로를 달리기를 통해 털어버릴 계획.
〈허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