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엄마의 딸」,구두닦이 엄마-네딸의 건강한 삶

  • 입력 1998년 3월 19일 08시 27분


서울 허리우드극장 앞에 있는 알루미늄 몸체의 한평 남짓한 구두미화방.

고개를 돌리면 서로 얼굴이 부딪칠 듯한 그 작은 일터에서 한 할머니가 콧잔등에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힌 채 구두에 광을 내고 있다.

13년째 구두를 닦아 남매를 뒷바라지한 이 할머니가 23일부터 방영되는 SBS 아침드라마 ‘엄마의 딸’(월∼토 오전8·30) 주인공 ‘엄마’의 실제 모델. 이 근방에선 ‘허리우드 할머니’로 통할 만큼 유명하지만 사법고시 2차시험을 준비중인 아들, 취업예정인 딸에게 누가 될까봐 자신의 사연이 드러나는 것을 한사코 마다해 왔다. 결국 ‘정체’가 드러난 것은 미화방이 철거당할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이 신문 한귀퉁이에 나면서부터.

‘엄마의 딸’ 제작진은 여자로선 흔치 않은 직업을 지닌 미화원 할머니의 사연에 주목, 힘겨운 삶속에서도 꿋꿋하게 네 딸을 키운 엄마와 그 딸들의 이야기로 알토란같은 살을 붙여냈다.

미화원 엄마에는 ‘어머니역 전문배우’ 정혜선. 30대의 이휘향이 남편과 사별한 뒤 딸을 키우는 첫째 딸 현애역을 맡았다.

명문대를 졸업한 후 번듯한 남자와 결혼했지만 친정과 시집의 생활수준 차이로 갈등하는 둘째 명애로 박현숙이 등장한다. 신윤정과 박채림이 가출해서 엄마의 속을 태우는 셋째 정애로, 지체장애를 가진 명랑한 보애로 각각 출연한다.

명애의 남편 역에는 김응석이 등장하며 안정훈 김일우 등이 딸들의 상대역을 맡았다.

허웅PD는 “꿋꿋하게 세상을 헤쳐나가는 ‘허리우드 할머니’를 모델로 삼았지만 역시 드라마이므로 똑같이 그릴 수는 없을 것”이라며 “힘들지만 밝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아름답게 그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아침드라마는 시청률을 의식한 나머지 불륜 또는 삼각관계 이상의 복잡한 사랑법을 주요 소재로 다뤄왔다. ‘엄마의 딸’은 방송가의 PD들이 농담처럼 말하는 ‘독약’을 선택하지 않았다. 국제통화기금(IMF)시대에 ‘독약’을 뿌리지 않은, 정상적이면서 일상적 화법의 드라마가 뿌리내릴 수 있을지 관심거리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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