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상식을 시작하자마자 발표된 여우조연상 수상자 킴 베이신저는 자신의 이름이 불려지자 울 듯한 얼굴로 “세상에 이럴 수가”를 연발. 지금까지 87세의 글로리아 스튜어트가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됐기 때문. 반면 여우주연상 수상자인 헬렌 헌트는 혼전 양상에도 불구하고 수상을 예견했던 듯 소감을 미리 적은 쪽지를 보며 발표하는 등 차분한 모습. 한편 이날 명예상을 탄 뮤지컬 ‘사랑은 비를 타고’의 감독 스탠리 도넌이 노래와 탭댄스로 수상소감을 대신하자 참가자들은 기립박수로 환호.
○…시상식에 참가한 여배우들의 다채로운 패션도 볼거리였다. 케이트 윈슬렛은 ‘타이타닉’에서처럼 바닥에 길게 끌리는 빅토리아풍 녹색 드레스를 차려 입었고 헬렌 헌트는 어깨를 모두 드러낸 하얀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마돈나는 가슴이 깊게 파인 검은 옷으로 성적 매력을 과시.
○…사회를 본 빌리 크리스털은 아카데미 시상식 사회만 이번이 여섯번째. 시상식에서는 크리스털이 누드모델(타이타닉)이 되거나 고문당하는(LA컨피덴셜) 모습 등 작품상 후보에 오른 모든 영화에 그를 합성한 소개 필름을 장시간 보여줘 사회자의 비중이 어느 정도인지를 실감케 했다.
○…‘타이타닉’은 올해 아카데미상을 휩쓸었지만 정작 남자 주인공인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는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아예 시상식에 불참한 디카프리오는 대리인을 통해 “올해 아카데미는 제임스 카메론과 케이트 윈슬렛을 위한 것”이라며 불편한 속내를 드러내기도.
○…수상자를 결정하는 아카데미 협회의 회원은 5천3백71명. 부문별 후보는 분과별로 선정하지만 최종 결선투표에는 전 회원들이 참여한다. 후보 투표과정에서부터 배우 에이전시와 영화사들의 로비가 치열하고 협회 회원의 상당수가 특정 영화사에 소속되어 있어 시상의 공정성에 대한 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김희경·이승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