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장학퀴즈」 고교생에 인기…대기자 줄서

  • 입력 1998년 3월 30일 08시 06분


장학퀴즈를, 그것도 영어로 한다면 출전할 고등학생이 얼마나 될까.

웬걸, 외국어전문 케이블채널인 아리랑TV(채널 50)의 영어 장학퀴즈 ‘퀴즈 챔피언’(토 오후7·00)에는 참가 신청을 해두고 결전의 날을 기다리는 고등학생들만 해도 지금 12팀(4인1조)이다.

지난해 10월 시작한 이 프로는 ‘진행, 질문과 답변이 모두 영어로 이뤄지기 때문에 참가율이 낮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고등학생들에게 인기다.

1월말에는 외국인학교에 다니는 미국 학생들과 서울고 학생들이 맞붙어 서울고 팀이 압승하는 이변이 일어났다. 영어단어 퍼즐 풀이와 한국과 미국을 주제로 한 심층문제 풀이에서 한국 학생들의 실력이 단연 앞섰다고.

학생들이 모두 영어에 유창한 건 아니다. 영어가 입안에서만 뱅뱅 맴돌고 튀어나오지 않아 답답한 출연자들은 온갖 손짓발짓과 ‘콩글리시’를 총동원하기도 한다.

짧은 시간이긴 하지만 모국어가 아닌 말로 경쟁을 하는 탓에 긴장의 정도도 심한 모양이다. 2월에 출연했던 보성고 ‘미션 파서블’팀의 한 학생은 얼마나 긴장했던지 마지막 문제를 맞춰 이기는 순간 양 다리에 쥐가 나 쓰러지기까지 했다.

퍼즐, 스피드 퀴즈, 심층문제 풀이 등 여러 코너 가운데 가장 인기있는 순서는 유명인사들이 영어로 문제를 내는 ‘파이널! 챔피언 라운드’.

지금까지 가수 지누션 양파, 고승덕 변호사, 개그맨 서경석 등 영어를 꽤 하는 인기인들이나 전자바이올리니스트 유진 박, 바네사 메이, 모델 이승희 등이 출연했다. 다음달 4일에는 사이버 가수 아담이 문제를 출제할 예정.

이 프로에 출연한 학생들의 프로에 대한 애정은 각별하다. 최근에는 출연자들끼리 ‘에이스’라는 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반복되는 주입식 교육만 접하다 모처럼 숨쉴 공간을 만난 느낌”이라는 것이 대원외국어고 조수현양의 소감이다.

〈김희경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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