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화제]디카프리오의 두얼굴 「오만과 순수」

  • 입력 1998년 4월 3일 08시 01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의 팬이라면 까무러치게 좋아할만한 영화가 4일 첫선을 보인다. ‘아이언 마스크.’ 그의 오만하리만큼 화려한 모습과 착하고 순수한 두 얼굴을 동시에 만날 수 있는 영화다.

영화는 어린시절 손에 땀을 쥐고 읽었던 ‘삼총사’의 그 후 얘기에서 시작한다. 달타냥은 소원대로 총사가 되어 왕의 경비대장이 됐고 늙은 삼총사는 각각 반란을 꾀하는 예수회 두목으로, 술주정꾼으로, 아들키우는 낙에 사는 아버지로 변했다.

문제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연기하는 루이14세가 잔혹하기 짝이 없는 호색한이라는데 있다. 삼총사는 철가면을 쓴채 갇혀있는 죄수를 탈출시켜 왕과 바꿔치기로 한다. 철가면을 벗긴 그는 놀랍게도 루이14세와 똑 닮아있었다. 왕의 쌍둥이 동생, 디카프리오의 1인2역이었던 것이다!

덕분에 지금까지 디카프리오의 악마같은 얼굴에 안타까워하던 10대팬이라면 천사같은 쌍둥이 동생의 출연에 가슴을 쓸어내리며 안심할 수 있게 된다.

디카프리오의 매력은 그런 다층성, 복합성에 있다. ‘소년/남성’을 한몸에 담고 있는 독특한 능력. 스물세살인데도 얼굴은 소년같다. 몸은 청년처럼 단단하며 내천(川)자가 그려진 이마로 어른의 고뇌를 표현하기도 한다.

실제로는 돈관리는 어머니에게, 출연작 선택은 아버지에게 맡기는 마마보이면서 스크린에서는 매우 독립적으로 그려진다. 스스로 “나도 내가 어떤 사람인지 모르겠다.나는 매일 바뀐다”고 말할 만큼.

인터넷 사이트(http://www.celebsite.com/people/leonardodicaprio/index.htm)의 직업란에 ‘배우, 10대의 연인’이라고 명시돼 있을 정도로 세계적 인기를 누려서일까, 그를 질투하는 사람들을 위해 최근 ‘반(反)디카프리오’홈페이지(http://www.empire.net/∼matt76/leo)도 등장해 눈길을 끈다.

요는 디카프리오가 전혀 인기끌 이유가 없는데도 인기가 치솟는 것은 그가 외계인이거나 10대소녀들을 유혹해 자신의 왕국을 만들려는 사탄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반 디카프리오주의자들은 ‘타이타닉’을 봐야하는 열가지 이유중 첫번째로 “디카프리오가 죽기 때문”을 꼽기도 했다.

영화 자체는 통쾌하면서도 작위적이어서 일견 동화같지만 마스크가 던지는 ‘정체성’에 관한 질문은 곰곰 음미해볼 가치가 있다. 나는 누구인가, 나는 혹 가면을 쓰고 살지는 않는가. ‘브레이브 하트’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받은 랜달 월러스의 감독 데뷔작이다.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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