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개봉한 영화 ‘엠마’의 여주인공 귀네스 팰트로(23)에게 따라 붙는 칭호다.
영국 소설가 제인 오스틴의 동명 소설을 영화화한 ‘엠마’(감독 더글러스 맥그레스). 18세기 영국 하이버리를 배경으로 결혼에 얽힌 에피소드와 수다의 미학을 재치있게 그린 이 영화에서는 팰트로의 활기와 발랄함이 톡톡 튀어오른다.
국내에서는 영화보다 배우 브래드 피트와의 연애와 결별로 더 잘 알려졌지만 ‘엠마’에서 팰트로는 ‘톱스타의 여자’가 아니라 인물 해석력이 뛰어난 ‘배우’임을 입증했다. 해외 평단에서 ‘엠마가 곧 팰트로이자 팰트로가 곧 엠마’라는 칭찬을 받을 정도.
‘엠마’를 현대판으로 개작한 영화 ‘클루리스’가 여주인공 알리시아 실버스톤을 10대들의 새로운 우상으로 떠오르게 했듯 ‘엠마’는 귀네스 팰트로를 ‘자신의 세대에서 가장 우아한 여배우’로 부각시켰다.
엠마는 ‘한 마을이 세계이고 파티가 전쟁보다 흥미롭던’시절,중매가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는 스물 한살짜리 처녀다.
가정교사 테일러를 이웃의 신사와 중매해 결혼시키는데 성공한 뒤 한껏 성취감에 취한 엠마. 이번에는 촌뜨기 친구 헤리엇을 숙녀로 만들어 교회의 젊은 교구 목사인 엘튼과 맺어주려 하지만 엉망진창이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을 맺어주는데만 관심이 있고 정작 자신의 짝을 찾지 못했던 엠마는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의붓오빠인 나이트리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팰트로가 연기한 엠마는 남의 일에 끼여들기를 좋아하고 수다스럽고 때로는 오만하기까지 하다. 그러나 내면의 따뜻함 발랄함과 젊음의 싱싱함이 다른 결함들을 모두 용서하게 만든다.
팰트로는 이 영화에서 우아함을 잃지 않으면서도 우스꽝스러운, 독특한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엠마가 사랑을 느끼게 된 의붓오빠에 대해 고민하다 교회에 가서 “하느님, 저와 안된다면 다른 여자와도 안됩니다. 차라리 그가 혼자 살게 해주세요”하고 진지하게 기도하는 모습은 절로 웃음이 터져나올 정도.
팰트로는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로 유명한 여배우 블리드 대너의 딸이기도 하다. 91년 ‘샤우트’로 데뷔한 이래 ‘악몽’ ‘미세스 파커’ ‘파리의 제퍼슨’ ‘세븐’ 등에 출연했다. 올해에는 ‘엠마’에 이어 찰스 디킨스의 소설을 현대적으로 개작한 영화 ‘위대한 유산’에서 곧 그녀를 만날 수 있다.
〈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