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명훈-KBS교향악단,「때아닌 결별」 속사정

  • 입력 1998년 5월 8일 19시 40분


“정명훈이라는 이름에 국민도, 악단도 너무 기대를 걸었습니다. 악단과 지휘자는 서로 좋게 만날 시기가 있는데 이번엔 때가 아니었어요.”

한 KBS교향악단 단원의 말. 1월 세계적 지휘자 정명훈이 음악감독 겸 상임지휘자에 취임하면서 열린 KBS교향악단의 ‘정명훈 시대’는 지난달 정명훈이 사직서를 KBS측에 제출하면서 ‘파경’으로 일단락됐다. 현재 양측은 계약해지의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했고 KBS 고위층의 승인만 남은 상태.

왜 일이 이렇게 꼬였을까. 근본원인은 KBS와 정명훈측이 지향하는 밑그림이 너무 달랐기 때문이다. 한창 기능이 성장해가는 악단측은 정명훈이 가능한 한 오랜 시간동안 악단을 아우르며 역량향상에 봉사해주길 바랐다.

줄다리기 끝에 연주기간은 1년간 10주로 합의됐다.

정명훈측이 밝히듯 국제적인 관행으로 볼때 한 지휘자가 음악감독으로서의 책임을 다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 연주기간이다. 그러나 뚜렷한 색깔의 앙상블을 조련해나갈 수 있는 시간으로서는 짧았다. 정명훈측도 이를 의식해 부지휘자로 이탈리아 출신 주세페 메가를 추천, 본인 부재시의 악단조련을 위탁했다. 그러나 국제통화기금(IMF)사태 이후 KBS측은 경제난을 이유로 메가의 부지휘자 영입에 난색을 표했고 정명훈측은 국내 대리인인 C사를 통해 일방적으로 ‘사직’을 통고했다. 양쪽 관계가 악화되는데는 C사의 이기주의와 KBS의 관료주의도 큰 몫을 했다. C사는 KBS와 협의없이 5월 주최예정이던 환경음악회의 지방 매니지먼트권을 ‘판매’하는 등 독단과 전횡을 거듭해왔으며 정기연주회 프로그램 선정등에도 KBS실무진의 의견을 무시했다.

KBS는 KBS대로 부지휘자 영입에 대해 ‘절대불가’이상의 진전된 입장을 표시하지 못하며 경직된 모습을 보였다.

“정씨가 우리에게 추가연습을 요구해 마찰이 생겼다니요. 그럴 새나 있었습니까.”

한 단원은 KBS교향악단 단원들과 정명훈과의 불화설을 일축하며 “내실을 갖춘 한사람의 지휘자를 하루 빨리 찾아 안정된 분위기에서 연습에 몰두했으면 좋겠다”고 한숨지었다.

〈유윤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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