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한파로 버거운 삶을 살면서도 자기 일에 치열한 열정을 쏟아붓는 이 시대의 또다른 ‘장인(匠人)’. 요즘 드라마 속의 단골 이미지다.
SBS 월화드라마 ‘바람의 노래’에서 도균(이창훈 분)의 아버지로 나오는 김강재(이정길). 전기용품을 만드는 중소기업을 어렵사리 운영하는 인물이다. 허구한날 돌아오는 어음 결제에 시달리는 이 시대의 전형적인 중소기업인이기도 하다.
김강재는 직함만 사장이지 사실 발명가에 가깝다. 특허출원한 ‘3파장 전구’를 대기업에 납품하자는 주위의 권유를 무시하다 결국 자금회전이 안돼 회사가 부도에 몰리는 위기를 맞는다.
그래도 “이 물건은 내 새끼같은 거야. 곧 죽어도 우리회사에서 팔아야 해.”라고 외칠 만큼 강한 집념을 보인다.
극중 선주(신은경)의 아버지인 정길재(이도련). 초등학교졸업 학력에 호텔 청소부로 20여년 일하고 있지만 자부심 하나로 온갖 궂은 일을 도맡는 인물. 그의 열정은 선주가 호텔 총지배인을 꿈꾸는 데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정길재는 극 초반 선주가 손님의 지갑을 훔친 것으로 오해받을 때 서비스자세가 틀렸다며 되레 호되게 꾸짖는다. 결국 극의 말미엔 ‘영원한 호텔맨 상’을 받으면서 그의 ‘장인정신’은 빛을 발하게 된다.
MBC 주말드라마 ‘마음이 고와야지’의 자동차정비업자 김필호(김무생)도 비슷한 캐릭터. 평생 일궈낸 정비공장을 빚보증에 날릴 처지다. 곧 정비소가 날아갈 판인데도 태연히 자동차 엔진을 집 앞 마당에 꺼내놓고 기름칠을 한다.
아버지의 투철한 직업의식에 결국 맏아들 태준(손창민)은 직장마저 그만두고 아버지를 돕기 위해 정비사로 나서게 된다.
‘마음이…’를 기획한 이재갑 드라마1팀장은 “취업난 속에서도 3D업종은 구인난으로 허덕이는 게 현실”이라며 “드라마에서라도 이런 인물들이 제대로 그려져야 사회가 바로 설 수 있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들은 단순한 장인으로만 남지 않는다. 결국 나름의 성공으로 인생을 매듭짓는 해피엔딩 드라마의 공식을 따른다.
이에 대한 ‘바람의 노래’ 공영화PD의 해석.
“이런 사람들마저 ‘망가지면’ 어디 드라마 볼 맛이 납니까?”
〈이승헌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