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처럼 가냘퍼 보이게 하려고 몸무게를 5㎏이나 뺐다. 그러나 촬영 시작 후 3시간이면 다시 자라는 수염때문에 여간 고생한 게 아니다.”
전체 분량 중 70%나 되는 여장차림을 위해 안재욱은 촬영전 2시간 이상을 특수분장에 할애했다는 후문. 가슴과 엉덩이의 볼륨을 위해 실제 피부와 비슷한 보디슈트를 입고 인공 덧니까지 끼웠다.
황기성사단이 만든 ‘찜’이 돋보이는 것은 여장 그 자체라기 보다 때맞춰 관객의 웃음보를 쥐었다 풀었다 하는 절묘한 타이밍에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지친 사람들이 지금쯤은 눈물나는 멜로물보다 유쾌한 웃음을 원할 때가 됐다”는 것이 제작자 황기성의 시간계산법. ‘고스트 맘마’에서 35만명(서울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했던 한지승감독은 여장으로 인한 포복절도할 에피소드와 진실한 사랑이 빚는 찡한 감동을 황금분할에 가깝게 섞어 놓았다.
신부(神父)인 삼촌이 안재욱을 게이로 오해하는 장면, 안재욱이 나무 위에 장식한 3천여개의 노란손수건으로 사랑을 고백하는 장면은 압권.
〈김순덕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