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 국제영화제의 ‘필름 마켓’에서 만난 일본의 영화 제작, 배급업자들은 신중하게 말을 아끼면서도 최근 한국정부가 표명한 일본영화 개방 정책에 많은 관심을 보였다.
일본의 3대 영화제작 배급사 가운데 하나인 쇼지쿠(松竹)주식회사의 미즈노 게이추(水野勝博)국제부 부장은 올 가을 김대중대통령의 방일에 즈음해 한국시장이 개방될 것으로 내다보면서 “다른 나라에 들어갈 때보다 한국에 대해서는 훨씬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일본에 대한 한국인의 복잡한 감정뿐만 아니라 상업적인 측면을 고려해봐도 한국이 빗장을 풀자마자 일본 영화가 쏟아져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개방 후 1,2년 동안에는 연간 10편이 넘는 일본영화가 수입되겠으나 3년째를 넘어서면 연간 5편 안팎으로 정착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후지 산케이 커뮤니케이션 계열사인 영화 배급사 포니 캐니언의 사코다 신지(迫田眞司)주임의 관측은 보다 더 냉정하다.
그는 “80년대 중반부터 일본영화에 문호를 개방한 대만과 홍콩에서 일본영화의 시장 점유율은 2∼5%에 불과하다. 한국이라고 크게 다르겠느냐”고 반문했다.
포니 캐니언은 이미 한국 영화팬들의 귀에 설지 않은 ‘러브레터’ ‘호랑나비’ ‘불꽃놀이’ 등의 판권을 갖고 있다. 쇼지쿠도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탄 ‘우나기’와 ‘소나티네’ ‘남자는 괴로워’ 등의 판권을 소유하고 있다. 이번 칸 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오른 대만영화 ‘상하이의 꽃들’(감독 후 샤오 시엔)의 판권도 쇼지쿠의 것.
미즈노 부장은 “한국시장이 개방되면 해외무대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은 영화들을 우선 선보일 생각”이라고 말했다.
올들어 쇼지쿠는 10곳, 포니 캐니언은 6곳의 한국회사에서 영화 구매의사를 타진받았지만 아직 한 편도 팔지 않았다. 이들의 태도는 ‘장사 하루 이틀 할 것도 아닌데 길게 봐야 한다’는 식이다. 그들에 비한다면 우리 영화계는 과연 얼마만큼 준비돼 있는가.
〈칸〓김희경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