ＴＶ비친 女연예인들 얼굴 정말 조막만할까？

“와, 정말 얼굴이 조막만하네!”

거리에서 여자 연예인을 본 아줌마들이 내뱉는 탄성…. 연예인들은 정말로 그렇게 얼굴이 작을까?

한국표준과학연구원 인간공학연구실이 조사한 20대 한국 여성의 평균 얼굴크기는 길이 18.65㎝, 너비 13.56㎝. 여기서 길이는 이마끝(머리카락이 난 경계점)에서 턱끝까지, 너비는 한쪽 귀와 얼굴의 경계점에서 다른쪽 귀와 얼굴의 경계점까지의 직선거리를 말한다. 여성 전체 평균은 18.7×13.9㎝. 여자 연기자중 작은 얼굴로 유명한 박소현 김남주 박선영…. 서울방송의 ‘황수관의 호기심천국’제작팀이 3월 측정한 연예인 얼굴크기와 20대여성 평균치를 비교해보자.

‘콤팩트디스크(CD)로 얼굴을 가린다’는 소문이 날 정도인 박소현. 재보니 길이 17㎝, 너비 13.3㎝. 20대여성 평균에 비해 길이는 1.65㎝, 너비는 0.26㎝ 작다. 하지만 물론 CD크기(12×14㎝) 소문은 과장된 것. 키 1백68㎝인 김남주는 18.1×12㎝로 폭이 굉장히 좁은 얼굴. S.E.S의 ‘바다’도 18.6×12.8㎝로 ‘오이형’. 이처럼 연예인들의 얼굴은 일반인 평균보다 대부분 조금씩 작다.

여기서 의문 하나. 왜 브라운관에선 작은 얼굴이 선호될까?

SBS미술제작팀의 한 분장전문가. “크고 넓적한 얼굴을 화면 가득 클로즈업하면 뺨 이마 등 얼굴의 허연 면적이 넓어 시청자들이 답답한 느낌을 받게 된다. 작은 얼굴 바탕에 이목구비가 선명해야 화면에 더 선명하게 나온다.”

하지만 촬영전문가들은 얼굴크기가 이른바 ‘카메라발’을 결정하는데 그렇게 중요한 요소는 못된다고 입을 모은다.

연예인 촬영 경력 14년째인 MBC영상제작2부의 한 카메라맨. “렌즈를 통해 볼 때 얼굴의 절대적 크기와 카메라를 잘 받는 것 사이엔 거의 상관관계가 없다. 중요한 건 어깨넓이와 얼굴크기의 밸런스, 그리고 이목구비의 뚜렷함이다.”

실제로 한 여자 날씨캐스터의 경우 실제론 얼굴이 작지 않지만 어깨가 넓어보이는 옷을 입은 후부터는 화면에선 얼굴이 아주 작아보이게 됐다.

성형외과 전문의들도 “얼굴의 절대크기 보다는 가로 세로 비율이 화면발에 훨씬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한다. 즉 가로 세로가 계란처럼 1대1.3이 되면 화면에 잘 나온다는 것. 채시라의 얼굴이 길이 17.5㎝, 너비 13.4㎝로 바로 그 비율.

또다른 의문 하나. 브라운관에선 별로 작아 보이지 않던 얼굴이 거리에서 보니 왜 그렇게 작게 보이는 걸까? 게다가 실제론 보통사람들보다 그리 작은 편도 아닌데…. 촬영전문가인 정모씨. “연예인을 언뜻 실물로 볼 땐 눈코입이 짙은 화장으로 강조된데다가 마르고 키큰 체구가 덧보태져 얼굴이 조막만해 보인다. 하지만 시청자들이 안방에서 보는 연기자의 얼굴은 화면 가득 클로즈업된 채 화내고 웃고 떠드는 얼굴이다. 시선이 얼굴에 집중돼 있어 작아보이지 않는다.”

SBS의 한 카메라맨도 “만약 크기가 다른 두 얼굴을 동시에 화면에 잡을 경우엔 비교되겠지만 실제로 그런 화면은 드물다”며 “카메라를 통해선 얼굴크기가 거의 가늠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같은 설명은 얼굴 큰 사람에게도 마찬가지로 적용된다. 김승현 신승훈 김용림 윤정…. 방송가엔 ‘모여라 꿈동산’(얼굴 큰 인형이 많이 나옴) 또는 ‘큰바위 얼굴’로 불리는 인기인들이 많지만 브라운관에선 별로 그런 느낌을 주지 않는다. 시청자들이 “왜 저이가 큰바위 얼굴로 불리는 걸까” 궁금해 할 만큼.

어쨌든 ‘얼굴을 작게 만들어준다’는 화장품이 폭발적 인기를 모을 정도로 작은 얼굴에 대한 갈망이 부풀어가는 시대. 그같은 바람이 현실로 나타난 걸까? 표준과학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의 얼굴크기는 점점 작아진다. 20대 남자의 경우 92년 19.65×14.8㎝에서 97년 19.5×14.6㎝로, 20대 여자는 5년사이에 길이 0.15㎝, 너비 0.54㎝씩 줄어들었다. 연령별로도 20대가 50대에 비해 작다. 일본의 20대 여성에 비해서도 우리 젊은 여성들이 머리전체길이는 1.11㎝, 얼굴너비는 0.32㎝씩 작은 아담 사이즈다.

〈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