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널리뷰]KBS1 「5·18광주민중항쟁」

  • 입력 1998년 5월 20일 07시 37분


80년 5월 광주. 그 광주를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전히 진행형 화두로 남아 있다.

정권이 바뀌고 세월이 지난 만큼 과거에 집착하기보다는 미래지향적으로 다뤄야 한다는 주장이 있고 책임자에게 엄중한 책임을 묻는, 철저한 과거 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18일 밤10시 방영된 KBS1 ‘개혁실천 특별기획―5·18광주민중항쟁’의 선택은 무엇일까.

이 프로는 우선 감정에 호소하는 ‘직설법’을 선택했다. 제작진은 아직도 사실의 전달 자체가 미흡한 것으로 판단하고 전체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자료화면을 통해 광주시민들이 겪어야 했던 그날의 분노와 공포, 상처와 절망을 ‘여과없이’ 보여줬다.

이 화면들은 ‘학살’을 주도한 신군부를 비롯해 방조에 가까운 태도를 취했던 미국, 재갈물린 언론 등 누가 책임을 져야 하느냐를 둘러싼 논쟁을 체면과 격식을 차린 어떤 말보다 효과적으로 잠재웠다.

또 실태조차 제대로 파악되지 않는 실종자와 부상자의 치료 등 아직도 남아있는 미해결 숙제를 제시했다.

그러나 자료화면의 진상은 5·18의 객관적 의미와 그 해법으로 이어지는 이성적 메시지의 전달력을 떨어뜨렸다.

제작진의 논리대로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이들은 광주에 대한 ‘가해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하지만 ‘피해자’의 목소리만으로 채워진 프로가 또다시 광주를 ‘지역성의 함정’에 빠뜨릴 수 있다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된다. 광주 바깥의 사람들과 발포책임자 등 가해자는 무엇을 했는가. 미국의 책임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었고 학술적으로 광주는 어떻게 자리매김되고 있는가. 광주와 그 주변 것들의 만남이야말로 광주를 제대로 살리는 길이 아니었을까.

‘5·18광주민중항쟁’은 18년이 지난 지금까지 광주의 아픔에 침묵하고 있던 KBS의 ‘반성문’이자 방송 성역과 금기에 대한 용감한 파기선언이다. 그러나 ‘개혁실천 특별기획’의 첫 프로로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기획의도에 비해 품질에 대한 완성도와 자발적 감동이 기대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김갑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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