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질라(Godzilla).’ 컬럼비아 트라이스타가 올 여름 세계 흥행시장 석권을 장담하며 내놓은 블록버스터. 20일 미국 영화사상 가장 많은 7천4백개 스크린에서 동시 개봉됐다.
영화속 고질라는 ‘이구아나+티라노사우루스+용(龍)’ 등이 뒤섞인 모습. 핵실험에 따른 유전자변이로 태어난 변종이다. 길이 1백21m, 꼬리 78m, 아가리 9m…. 지금껏 인류가 실제로, 혹은 영상속에서 만났던 동물중 가장 큰 이 괴수를 롤랜드 에머리히감독은 컴퓨터 특수효과를 총동원, 실제 살아있는 동물처럼 뉴욕거리에 풀어 놓았다.
뉴욕시민들에겐 공포 그 자체인 고질라, 그 광포한 발길에 무수한 인명이 밟혀 쓰러진다. 그러나 정작 고질라 자신도 알을 품기 위해 뭍을 찾아왔다가 낯선 도시에서 덫에 걸린 도마뱀처럼 두려움에 몸부림치는 ‘희생물’인 것.
그래서일까. 전형적인 오락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맨해튼에 알을 낳은 채 비극적 최후를 향해 도시를 질주하는 고질라에게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은 참으로 미묘하다.
영화속에서 고질라와 팽팽한 대결과 교감을 반복하는 과학자 닉 역으로 열연한 매튜 브로데릭은 “촬영 내내 고질라에게 적대감도, 그렇다고 연민도 아닌 ‘뒤섞인 감정(Mixed feeling)’을 떨칠 수 없었다”고 했다. 6월27일 한국 개봉 예정.
〈뉴욕〓이기홍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