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계의 위화도 회군으로 시작된 이 드라마는 태종 이방원을 중심으로 조선 건국과 1,2차 왕자의 난 등 여말선초의 격변기를 다뤘다. 지난해 대선정국과 맞물려 ‘DJ낙인’ 사건이 일어나는가 하면 사극으로 드물게 시청률 1위를 기록하는 등 드라마 안팎으로 풍성한 화제를 낳았다.
‘용의 눈물’이 과소평가될 이유는 없지만 성공 뒤에 깔린 그늘도 간과할 수는 없다.
그 가운데서도 역사 발전의 동력을 어디에서 찾느냐는 문제점으로 남는다. 이 드라마의 선택은 결국 ‘용과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의 싸움’이었다.
‘용의 눈물’은 이방원을 중심으로 정도전 이성계 중전 민씨 양녕대군 등을 차례로 대립항으로 불러들이는 이분법적 갈등 구조로 전개해 왔다. 이 시대의 민초는 양녕을 중심으로 한 시정잡배로 그려지는 것을 빼고는 어디에도 끼여들 여지가 없었다.
이 드라마는 또 역사적 인물의 재평가라는 미명하에 특정인을 미화하는 역편향으로 흘렀다.
마지막회의 하이라이트가 된 기우제 장면. 태종 이방원이 국가의 기틀을 잡은 인물로 자리매김되는 순간이었다. 유혈 쿠데타와 무자비한 숙청으로 이어지는 이방원의 ‘성공한’ 쿠데타는 인간적 고뇌와 함께 역사와 국가를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돼 버렸다.
방송가에 미치는 부작용도 있다. ‘용의 눈물’의 엄청난 성공은 비슷한 내용의 아류작을 낳고 있다. 시청자들은 후속 드라마인 ‘왕과 비’를 통해 또다시 수양대군의 고뇌에 찬 결단을 보게 될 전망이다.
KBS는 ‘용의 눈물’에 이어 1백59회도 모자라 각계 인사의 반응과 에피소드, 주요 장면과 NG모음 등을 묶은 ‘용의 눈물―19개월의 기록’을 1백분간 특집으로 방영했다. 방송에서는 드문 드라마 평가회였지만 ‘용과 국민과의 대화’를 연상시키는 지나친 자화자찬과 후속드라마 ‘왕과 비’의 선전으로 낯 뜨거운 자리가 되고 말았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