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4일 방영한 KBS 1TV ‘일요스페셜―자연다큐멘터리 수달’조작사건을 계기로 TV다큐멘터리와 교양프로 전반의 윤리성과 정확성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KBS ‘수달 조작 사건’은 연구용으로 보호중이던 수달을 풀어놓고 자연다큐멘터리를 촬영한 것처럼 꾸몄을 뿐만 아니라 촬영도중
수달 한마리가 죽고 한마리는 행망불명된 반(反)자연다큐멘터리.
KBS는 이 때문에 ‘9뉴스’ ‘시청자 의견을 받습니다’ ‘일요스페셜’ 등 3개 프로를 통해 사과방송을 내보내는 방송 사상 초유의 ‘수모’를 당했고 관계자들은 징계위원회에 회부된 상태.
그러나 문제는 ‘수달’뿐만 아니라 다른 방송사의 프로들도 그 진실성에 잇따라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데 있다.
그 중 하나가 최근 방영된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와 ‘생방송 행복찾기’.
‘그것이…’의 제작진은 화면에 노출된 한 시민을 인신매매꾼인 ‘빨이꾼’으로 추정하는 방송을 내보냈다. 그러나 당사자는 “여학생들에게 노래방에 가자고 했지만 인신매매범이 아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5월에 방영된 ‘생방송 행복찾기’의 경우 ‘46년을 기다려 결혼한 첫사랑’의 여주인공은 실제 남편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제작진은 “모 일간지에 보도된 것을 믿었고 본인이 말을 하지 않아 확인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지만 역시 정확한 언론의 모습은 아니다.
KBS ‘수달파문’은 선진 언론의 조작 사례와 비교되고 있다.
80년대 초 워싱턴 포스트의 한 기자는 흑인소년의 마약중독을 다룬 ‘지미의 세계’로 퓰리처상을 수상했지만 조작된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을 일으켰다. 또 89년 아사히신문의 사장은 산호초에 영문자를 새겨 조작한 ‘산호초―KY’사건으로 해임됐다.
올해초 미국신문편집인협회의 논평상을 수상한 보스턴 글로브의 여성칼럼니스트 패트리샤 스미스의 글 속에 소개된 인물과 인용문을 필자 스스로 만들어 낸 ‘가공의 글’이었음을 보스턴 글로브측이 스스로 밝혀내 독자에게 정중히 사과했다.
한양대 박영상교수(신문방송학)는 “방송사의 지나친 시청률 경쟁과 상업성 추구가 이같이 불행한 사건을 초래했다”고 말했다.
동아일보의 보도(17일자 14면, 18일자 31면, 19일 7면)로 사실의 전모가 밝혀진 ‘수달사건’은 경남의 수달전문가가 연구용으로 보호하고 있던 수달 2마리를 강원 인제군 내린천으로 옮겨와 양식 송어와 뱀 오리 등을 먹는 장면 등을 4개월 이상 촬영한 그야말로 ‘인조(人造)다큐멘터리.’
관계전문가들은 ‘수달사건’을 계기로 TV 3사는 물론 방송위원회 시청자단체 등 방송 관련기관들이 참가해 선언적이 아닌, 구체적인 방송 가이드 라인을 제정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