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월드컵중계를 맡은 각 방송사 중계진들의 독특한 진행이 매 경기마다 펼쳐지는 신기(神技)만큼이나 화제다. 경기의 해석과 맥짚기라는 ‘본업’외에 걸죽한 입담으로 풀어놓는 나름의 ‘축구 읽기’가 월드컵 보는 맛을 더하고 있는 것.
현재 KBS는 박영웅 이용수씨, MBC는 송재익 신문선씨, SBS는 손석기 허정무씨가 각사의 메인 중계와 해설을 맡으면서 개성있는 진행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MBC의 송재익 신문선씨는 ‘환상의 콤비’를 이루며 매 경기마다 쏟아내는 풍자와 날카로운 비유로 PC통신과 인터넷에는 지역예선부터의 어록(語錄)이 인기시리즈로 올라 있다. 이미 PC통신 하이텔에 ‘골이예요’라는 팬클럽을 갖고있는 신문선씨는 독특한 입심 덕분에 ‘이경규가 간다’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할 정도다.
송재익씨가 우리 대표팀과 일본의 지역예선에서 이민성이 잘 올린 센터링을 보고 던진 “아, 마치 며느리가 시아버지께 밥상 들여가듯 말이죠….”라는 멘트외에도 스코틀랜드와 노르웨이전 경기에서 첫 골이 들어가는 순간 던진 히트작은 “아,골이 보여요∼.”
비가 오는 날 열린 경기에 대한 ‘해설’은 거의 개그 수준이다.
신문선〓“비가 오면 선수들 시야가 많이 가리죠.”
송재익〓“네,선수들 뿐만 아니라 심판도 눈을 많이 가리겠는데 특히 심판은 대머리라서 머리에 물이 많이 흘러내리겠네요, 저런∼.”
신문선〓“네. 면적이 넓으니 충분히 그렇죠.”
MBC 스포츠국 관계자들은 이들의 활약 덕분에 종합시청률 79.2%로 역대 스포츠중계 최고를 기록한 멕시코 전에서도 MBC가 50%이상의 시청률을 올릴 수 있었다고 서슴없이 말한다. 하지만 이들의 해설이 지나치게 ‘언어 유희’로 흐른다고 비판하는 네티즌도 많다. 하이텔ID hw27을 사용하는 한 축구팬은 “말장난하다가 경기보는 데 필요한 해설은 언제하느냐”고 꼬집었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