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KBS 1TV ‘일요스페셜’(밤8·00)을 통해 방영된 ‘한국인의 생명―밥’은 TV가 제공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문화 교과서’였다.
무엇보다 돋보이는 것은 먹을거리를 문화사적으로 접근한 발상의 전환이었다. 사실 이제까지 김치 된장 등 고유의 음식을 다룬 프로가 적지 않았다. 우리 음식의 우수성이나 수출산업으로서의 가능성을 내비치는 수준으로 결론을 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러나 이 프로는 왜 한국인에게 밥이 생명일 수밖에 없는 지를 설득력있게 제시했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 공기에는 쌀을 탯줄로 한 우리의 역사가 담겨 있었다. 천마총이나 고구려의 고분 등에서 발견된 볍씨, 벽화 속에 드러난 풍속은 쌀과 우리 민족이 얼마나 밀접하게 연결됐는가를 보여주었다.
제작진이 공들여 지은 밥 속에는 식품영양학은 물론 열과 물을 이용한, 뜸과 가마솥의 원리 등 물리학과 경제학까지 들어 있었다. 또 신주단지와 민요, 밥을 주식으로 하면서 생겨난 대장이 긴 인체구조 등 문화인류학 교과서에서나 다룰 법한 다양한 내용이 쉴새없이 전개됐다.
‘영상복원 황룡사’ ‘황남대총’ 등의 무게있는 수작을 연출했던 황용호PD의 관심은 밥의 ‘과거사’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밥의 소비가 줄어들면서 주인공에서 조역으로 배역이 작아지고 있는 밥의 현재와 미래를 다루는 것을 잊지 않았다.
밥을 적게 먹는 게 무슨 큰 문제라고? 아니다. 쌀을 영양학의 모범으로 제시하고 있는 최근 서구 영양학의 흐름과 육식 위주의 식생활이 빚는 새로운 질병의 가능성은 음식이 곧 문화이고, 문화가 미래라는 제작진의 주장을 설득력있게 만든다.
컴퓨터그래픽과 다양한 이야기로 드라마만큼 재미있게 만든 구성도 칭찬할 만하다. 8일부터 매주 수요일 밤10시 ‘미생물의 신비―된장’ ‘숨쉬는 음식―김치’ ‘밥상위의 바다―젓갈’ 등으로 계속되는 시리즈가 기대될 만큼.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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