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뜩 멋을 부려 앞으로 늘어뜨린 머리가 바람에 흐트러질 때면 “앗, 머리!”하며 카메라 파인더밖으로 빠져나가 버린다. 17일 개봉할 하이틴 영화 ‘세븐틴’에서도 ‘젝키’(젝스키스의 애칭)는 평소의 모습 그대로다. 보컬 강성훈만 머리를 단정히 뒤로 넘기고 모범생역을 연기했을 뿐 다른 ‘젝키’멤버들은 물들인 머리에 헐렁한 바지차림으로 갈 곳 없는 10대들의 방황을 보여주었다.
‘세븐틴’은 젝키에 의한, 젝키를 위한, 젝키의 영화다. 리더인 은지원과 보컬 강성훈이 주인공 준태와 상록 역을 각각 맡았고 나머지 멤버들도 불량청소년, 비열한 모범생, 댄스그룹 단원 등으로 영화속에 골고루 포진해 있다.
평소 카메라에 단련되어서인지 처음 하는 연기와 대사가 그리 어색하진 않다. 강성훈은 “TV에서 촬영할 때보다 훨씬 쉽게 찍었다. NG도 거의 없었다”고 자랑한다.
그러나 촬영현장에서는 쉴새없이 대사연습을 하거나 위험한 장면을 직접 연기하겠다고 자청하는 등 성실한 자세를 보여줘 제작진을 감동시켰다는 후문. 은지원과 고지용은 싸우는 장면에서 ‘진짜 싸움’을 벌여 허리와 손에 전치 3주의 부상을 입기도 했다.
‘세븐틴’은 10대의 방황과 좌절을 소재로 했지만 전혀 심각하지 않다. 영화에는 상반되는 두 이야기가 1,2부처럼 공존하고 있다. 앞은 모범생 상록과 백댄서를 꿈꾸는 예진이 이끌고 가는 ‘학교안’이야기, 뒤는 학교를 뛰쳐나온 종수와 거리의 아이들이 펼쳐보이는 ‘학교밖’이야기이다.
이 두 편의 이야기는 별 연관없이 얽혀있어 관객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지만 ‘세븐틴’에서 그런 건 별로 중요하지 않다. 오히려 정병각감독은 젝키의 새 노래, 액션영화처럼 뽑아낸 자동차 추격 장면, 소녀팬들을 애타게 할 젝키의 입맞춤 장면 등으로 주요 관람층이 될 10대의 눈요깃감을 풍성하게 마련하는데 주력했다.
제작사인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사장도 “작품성으로 평가하지 말아달라. 할리우드 영화와 맞붙어 아주 밀리지만 않는다면 족하다”는 입장이다.
이사장은 처음부터 여름 성수기에 할리우드 영화와 ‘맞장을 떠보려고’ 이 영화를 기획했다. 2백70명의 공모주를 모아 ‘세븐틴’을 제작하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그는 작지만 무시할 수 없는 ‘혁명’을 시작했다.
“2년전 탈세혐의로 구속됐을 때 공모주 방법을 생각해냈어요. 극장주들에게 ‘나는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밝혀야 할 입장이기 때문에 예전 관행대로 따라갈 수 없다’고 얘기했습니다. 제작비나 수익은 모두 인터넷 홈페이지에 띄워 공개할 생각입니다. 이제 캄캄한데서 쥐처럼 놀던, 그런 제작시대는 지났잖아요.”
〈김희경기자〉susann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