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라이브 무대를 통해 시대정신을 노래해온 록그룹 ‘윤도현 밴드’가 최근 3집 앨범을 내놓았다.
이 노래는 음반의 사전심의가 철폐된 요즘 새로운 ‘재갈’로 자리잡은 방송사의 심의를 ‘무사히’ 통과해 되레 화제가 되고 있다. 박노해의 시에 곡을 붙인 2집 ‘이땅에 살기 위하여’가 ‘보수층을 자극한다’ ‘선동적’이라는 이유로 방송불가판정을 받은 것과 대조적. 모던 록스타일의 발라드에 실린 서정적 가사 때문일까.
‘…창살너머 다시 봄은 오는데. 담장 아래 꽃이 피면 그땐 갈 수 있을까 누나야…’.
보컬 윤도현은 “댄스그룹의 퇴폐적 가사가 심의에서 통과되는 마당에 아직도 방송 가능여부를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면서 “가사중 누나는 박노해시인의 부인 김진주씨이기도 하고 그리운 사람 또는 자유 등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앨범은 ‘타잔’‘가리지 좀 마’ 등 이전 앨범들에 비해 메시지는 물론 음악적으로도 성숙해졌다는 평가다. 타이틀곡 ‘먼 훗날’은 블루스록 스타일로 이별의 아픔이 가득 담겨 있고 기타리스트 유병열이 작곡한 ‘고개숙인 사람들’에는 지칠 대로 지친 서울역앞 노숙자의 한숨이 그대로 묻어나온다.
‘소외’라는 부제가 상징하듯 윤도현의 시원스러운 목소리를 통해 거짓 공약과 물가 등 사회현실에 대한 분노와 환경파괴에 대한 경고가 빠지지 않는다.
“박노해 시인을 직접 만난 적은 없지만 시집과 에세이로, 양심수 석방을 위한 무대 출연으로 인연을 맺었습니다. ‘인간만이 희망’이라는 그의 말처럼 우리도 음악을 통해 부조리한 현실을 이겨낼 수 있는 희망을 노래하고 싶습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