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SBS의 분위기를 이만큼 제대로 표현할 수 있을까. 최근 한달여간 SBS는 2주전 막내린 ‘미스터Q’를 선봉으로 인근시간대 프로인 ‘이승연의 세이세이세이’와 ‘한밤의 TV연예’를 시청률 5위권에 등록중이다. 게다가 캐릭터사업으로 방영전 홍역을 치른 ‘홍길동’의 첫주 시청률이 30%를 웃돌면서 오히려 ‘미스터Q’의 초반시청률을 앞지르고 있다.
SBS는 이들 시청률 ‘삼각편대’외에 가끔씩 10위권내에 진입하는 ‘주병진의 데이트라인’과 ‘추적 사건과 사람들’로 당분간 MBC와 시청률을 양분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 SBS의 간판프로들은 공통적인 한계를 안고있다는 것이 방송계 안팎의 지적이다. 타사의 인기프로에 비해 모두 가벼운 주제 일색이라는 점. 정보나 시사적인 내용과는 아예 ‘담’을 쌓았다.
‘이승연의…’는 연예인들의 신변잡기들이 주된 화제. 물론 진행자인 이승연의 톡톡튀는 입담 등이 볼거리지만 1시간동안 귀담아 들을 얘기는 거의 없는 편이다. 최근엔 이승연이 가슴이 깊이 파인 의상을 계속해서 입고나와 일부 네티즌들의 지적을 받기도했다.
‘한밤의 TV연예’도 가볍기는 마찬가지. 특히 지난주(23일)에는 연예인들의 올여름 수영복 경향을 살펴본다며 근육질 슬림형 글래머 등 각종 체형의 연예인들의 비키니 차림을 10분여간 카메라로 ‘샅샅이’ 훑었다. 덕분에 시청률은 사상최고인 34.8%로 2위.
시사프로에 토크쇼를 접목시키려다 시청률 부진으로 허덕이던 ‘주병진의…’는 1달여전부터는 가벼운 터치로 방향을 선회, ‘몰래카메라’ ‘10대 접대부’ ‘폰팅’ 등의 주제를 다뤄 그간의 부진을 털어냈다. 그 첫 시도였던 6월4째주 방송때는 30%에 가까운 시청률을 올렸다. 최근 시작한 ‘홍길동’도 허균의 원작에서 전하려던 민중의 한은 많이 탈색되고 시원한 볼거리 위주로 전개될 예정이다.
SBS는 이러한 문제점을 자인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손보기’는 힘들다는 분위기다. 한 관계자는 “올해 초까지 시청률 부진으로 허덕인 SBS의 ‘사세(社勢)’를 순식간에 역전시킨 이들 프로에 ‘메스’를 든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귀띔했다.
SBS가 계속해서 가벼운 프로를 내놓을지, 아니면 최근의 상승세를 토대로 과감히 선굵은 프로들로 승부를 걸지 두고 볼 일이다.
〈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