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20부작 「백야 3.98」 31일 첫 방영

  • 입력 1998년 8월 26일 19시 29분


임진강 얼음을 뚫고 나오는 북의 124군부대, 시험비행중인 F16의 공중폭발, 이국적 풍경을 배경으로 한 총격전과 격투….

31일 첫회가 방영되는 SBS의 20부작 드라마 ‘백야 3.98’(월 화 밤9·55)에는 컴퓨터그래픽을 이용한 특수촬영과 강렬한 액션 등이 끊임없이 터져나온다. 역동적 화면과 90%에 가까운 해외촬영, 장중한 음악이 스펙터클한 영화를 방불케 한다.

‘모래시계 신화’로 잘 알려진 ‘김종학 사단’의 3년만의 복귀작. 작가 송지나 대신 신인작가 강은경이 참가한 것을 빼고는 김PD를 비롯해 서득원(촬영) 조인형(편집) 최경식(음악) 송문섭(조명) 박창식PD(기획) 등 그때 그 멤버들이 모두 참가했다. 연기자로는 ‘모래시계’에 출연했던 최민수 박상원 이정재외에도 심은하 이병헌 신현준 진희경 등 ‘스타군단’이 새롭게 합류했다.

여기에 편당 2억5천만원, 드라마 사상 최고의 제작비까지.

‘모래시계 신화’ 재현의 열쇠는 한태훈의 동명소설을 바탕으로 한 이야기의 리얼리티다. 전략 핵폭격기 ‘블랙 잭’을 둘러싼 남북의 대결을 기둥 줄거리로 삼고 있다.

흑거미로 불리는 북의 킬러 권택형(최민수 분)이 체제수호를 위해 러시아에서 전략 핵폭격기 블랙 잭을 탈취한다. 이에 남의 안기부 요원 민경빈(이병헌)이 초음속 전투기 얼티밋으로 숨막히는 추격전을 벌인다. 블랙 잭이 북한 영공에 진입하려는 순간 얼티밋의 속도가 마하 3.98에 이르자 두 비행기는 공중에서 충돌하며 폭발하고…. 제목에 쓰인 ‘3.98’은 마지막회인 20부 엔딩 신과 드라마의 방향을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있다.

여기에 분단으로 생긴 경빈과 택형의 2대에 걸친 비극과 함께 자신의 체제 또는 사랑을 위해 살아가는 남북 젊은이들의 군상이 그려진다.

김종학PD는 “미사일 한방으로 초토화될 수 있는 냉전의 심각성을 그렸다”면서 “그러나 역사를 바꾸는 것은 거대한 이념이나 체제가 아니라 평범하고도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의 사랑이라는 것을 표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안방극장 복귀 김종학 PD

“우리가 만든, 우리들이 좋아하는 우리들만의 이야기로 세계시장을 뚫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 대전 대구 부산 찍고 도는 게 아니라 적어도 서울 동경 대만을 찍고 싶다.”

우리 방송 드라마사상 최고의 화제작으로 평가받는 SBS ‘모래시계’의 김종학PD.

‘모래시계’가 그에게 엄청난 성공을 가져다 주었지만 ‘백야 3.98’의 탄생은 그 대작에 대한 아쉬움이 밑거름이 됐다.

그는 “‘모래시계’의 영상미와 사회적 의제 설정은 평가받을 만하다”면서도 “그러나 한국적 소재에 그쳐 전세계적 흥행물이 되기에는 무리였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달러를 버는 흥행물을 만들려면 폭력 선정에 대한 잣대가 너그러워질 필요가 있다”며 “드라마의 세계화를 위해서 10차례라도 방송위원회의 ‘재판장’에 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백야…’에는 ‘폭력의 미학’으로 불려온, 영화에 가까운 김종학특유의 영상이 깔려 있다.

“앞으로 드라마로 ‘퇴마록’ ‘대망’을 연출하고 남북공동제작형태로 추진중인 ‘장길산’을 연출할 계획이다. 그러나 영화에 대한 꿈을 버린 것은 아니다. 김종학의 영화는 아직… 진행중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

▼ 주인공 권택형 역 최민수

“내안에 ‘붉은’자물쇠를 하나하나 채워가는 심정으로 촬영했습니다.”

‘백야3.98’의 주인공 권택형 역의 최민수. ‘모래시계’이후 3년만에 그는 잔혹하지만 자신의 여자에게는 한없이 나약한 인물로 TV앞에 다시 섰다.

촬영 초반 고민이 많았다. 아직까지 그를 떠나지않는 ‘모래시계’의 태수를 떨쳐내야했고, 게다가 북한 테러리스트는 생경한 이미지였다.

하지만 그는 ‘모래시계’도 그랬듯이 ‘백야…’와 택형을 운명처럼 받아들인다고 말한다. “3개월간의 러시아 촬영에 들어가기 전에는 며칠간 잠도 제대로 못잤어요. 촬영 전날엔 열이 40도까지 오르고…. 무당처럼 신기(神氣)가 들었나봅니다.”

그후 최민수는 자신을 몰아쳤다. 김종학PD에게도 “극중 택형의 감성이 확실히 다가올 때까지 택형의 뒷덜미를 잡는 심정으로 달려들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촬영끝날 무렵에는 체중이 6㎏이나 빠져있었다.

그의 승부근성만큼이나 눈에 띄는 최민수의 변신 하나. 그에게 ‘스타’는 이전만큼의 의미는 아니다. “이젠 나에게 진정한 연기자의 ‘옷’을 입히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백야…’를 내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은 작품으로 만들어가는 것부터 시작해야겠죠.”

이정도면 김PD가 붙여준 ‘최감독’이란 별명도 그리 어색하지 않다

<이승헌 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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