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KBS 1TV 농촌드라마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수 오후7·35)의 녹화현장.
극중 황놀부라는 별명으로 불려온 민달(김상순 분)의 고별사다. 하지만 침통한 표정의 ‘대추 식구’들은 아무런 대답없이 대본만 읽고 있었다.
이에 앞서 안영동책임프로듀서(CP)가 출연자의 ‘정리해고’ 등 대폭적인 구조조정안을 발표했기 때문이다. 극중 대철 내외 역의 천호진 조민수를 뺀 출연진 전부가 교체됐다. 경기 김포시 고촌면 신곡리의 촬영 장소도 강화도로 바뀐다. 9일 ‘대추나무…’방영 8돌잔치를 앞두고 곡소리가 난 셈이다.
안CP는 “촬영 장소인 신곡리가 농촌드라마에 어울리지 않게 도시화됐고 제작비 부담도 많아 구조조정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다.
이 드라마는 지난해 말부터 국제통화기금(IMF)영향을 절감하기 시작했다. 제작비가 드라마 표준인 회당 2천여만원을 20%정도 초과하자 주요 출연자들이 교대로 ‘휴직’을 당하기도 했다. 주인공 격의 김상순은 물론 감초 역할을 도맡았던 박달재 부부 역의 김인문 전원주 등 기둥 출연자들이 종종 드라마에서 빠졌다.
‘대추나무…’의 한 출연자는 “‘구조조정’은 뉴스에서나 보고 기업에서나 일어나는 남의 일로 알았다”며 “평소 우리 프로를 ‘국민 드라마’로 치켜세우던 KBS가 예고도 없이 이런 조치를 내린 것은 비상식적인 일”이라고 비난했다.
16일 방영분부터 김무생 남능미 조재현 박현숙 이상인 하미혜 등 새로운 얼굴이 등장할 예정이다.
한편 경쟁드라마 MBC ‘전원일기’(일 오전11·00)는 13일 8백77회 방영분부터 출연진을 그대로 둔채 최용원PD 이은정작가로 바꾸면서 보다 토속적이고 전원풍의 일기를 쓸 방침이다.
〈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