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기쁜 우리 토요일’(토 오후6·00)의 ‘영파워 가슴을 열어라’ 코너가 녹화되고 있는 2일 오후 대전 유성구 전민동의 전민중학교.
진행자인 개그맨 홍록기가 출연자들에게 긴장을 풀라고 했다가 “돈 워리(Don't Worry)”라는 학생들의 대답에 입을 닫는다. 텔레비전에 내가 나오는 데 떨리기는?
무대는 15m 높이의 학교 옥상. 그 아래 학생들은 물론 구경나온 주민까지 약 7백명, 1천4백개의 눈길이 출연자를 기다리고 있다.
마침내 옥상 위에서 고래고래 악을 쓰며 자신들의 주장을 펼쳐 화제를 몰고온 이 코너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섹시한 몸매의 한문선생님, 기껏해야 나이가 11년차이예요. 3년만 기다려주세요!”
“은영아, 그 놈의 남자가 뭔지 어떤 남자애 때문에 싸운 뒤 우리 사이가 멀어졌잖아!”
“만날 사고만 쳐서 엄마가 수도 없이 학교에 불려다녔지. 이젠 정말 착한 딸이 되겠다고 약속하고 싶어 이 자리에 나왔어!”
‘중딩이(중학생)’들의 당돌한 사랑고백과 꿈, 성적, 집안문제 등 갖가지 고민이 터져나왔다.
속살처럼 내밀한 부분을 드러내는 게 부끄럽지도 않을까.
천만의 말씀.
“왜 창피해요. 요즘 춤 못추고 자기 목소리를 못 내면 ‘적응’못해요.’ 공부만 해서는 ‘왕따(따돌림당한다는 의미)’되고요.”(3학년 이동국군)
SBS 제작진이 지방출장에 나선 것도 2백여통의 편지에 실린 요즘 학생들의 갖가지 사연과 “왜 우리학교엔 안 오느냐”는 강력한 ‘압력’ 때문이라고. 19일 방영 예정.
<대전〓김갑식기자>gs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