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고무줄」영화관객수]제작사「뻥튀기」-극장「쉬쉬」

  • 입력 1998년 10월 6일 20시 01분


‘처녀들의 저녁식사’의 제작사인 우노필름 기획실 홍선영씨(26). 미혼인 그는 이번 추석 연휴에 데이트는 커녕 송편 맛도 보지 못했다. 연휴내내 주요 개봉관을 찾아다니며 ‘처녀들의…’에 대한 관객반응을 점검하고 사무실에 돌아와선 다른 영화사 직원들과 수십통의 전화를 교환하며 “우리 영화 성적이 이러저러한데 그쪽 영화는 어떠냐?”고 물어야했기 때문.

극장 매표상황에 대한 전산집계가 이뤄지지 않는 우리 극장가. 어느 누구도 추석대목이나 주말기간 각 영화간의 흥행 성적을 밝혀주지 않는다. 영화사나 극장 직원들이 서로 교환하는 정보가 ‘추석 大결전’의 승패판정을 해주는 유일한 방법.

반면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전국 영화관에 통합전산망이 깔려있어 순식간에 각 영화의 관객수를 한자리수까지 비교해볼 수 있다.

대표적인 것이 미국 전국 영화관의 박스오피스(‘매표소’란 뜻)에서 팔린 표를 전산 집계하는 박스오피스 집계제도.

영화관마다 통합전산망이 깔려있어 표가 팔리는 즉시 영화사들의 연합체인 MPAA의 데이터베이스에 전송돼 리얼타임으로 전국 관객수가 집계된다. 1일단위, 주단위로도 집계가 가능하지만 주말인 금토일 사흘 단위가 흥행 실적의 척도로 주로 인용된다.

그러다 보니 한달에 흥행 1위인 영화가 네편까지 생길수도 있다. 사실 대대적 광고공세를 퍼부은 뒤 개봉되는 블록버스터는 호기심에 힘입어 개봉 첫 주말에 1위를 차지하기가 상대적으로 쉽다. 따라서 영화가 관객들로 부터 실제로 어느정도 호응받았는지 판단하려면 ‘1위를 몇주동안 했는가’를 살펴야한다. 개봉 첫 주에만 반짝한뒤 파리만 날린 영화도 ‘박스오피스1위 흥행대작’이란 훈장을 내걸므로.

물론 우리 영화관에서도 관객수 집계는 이뤄진다. 영화사나 영화직배사가 극장마다 파견하는 ‘입회인’들이 컴퓨터대신 수작업으로 매일 관객수를 센다. 입장료중 문예진흥기금과 부가가치세를 제외한 금액을 영화제공자와 극장측이 6대4 또는 5대5로 나눠가지기 때문에 혹시라도 극장측에서 관객수를 실제보다 줄일까봐 영화사측에서 짜낸 고육책이다.

하지만 영화사가 내부적으로는 관객수를 파악하고 있을지라도 대외적으로 정확히 발표하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직배사인 콜럼비아 등 몇몇 영화사는 공신력을 높이기 위해 한자리수까지 관객수를 발표하지만 대부분의 회사는 아직도 몇십만, 몇만 단위로 얼버무리며 실제보다 부풀리는게 사실.

이때문에 정부도 지난해 전국 통합전산망 구축을 주요 과제로 채택, 추진하려했지만 워낙 막대한 비용이 드는데다 상당수 극장측의 미온적 태도로 인해 보류됐다. 하지만 영화유통체계와 재정운용의 투명성 확보를 위해선 하루빨리 공인된 기관을 주축으로 통합전산망 사업을 추진해야한다는게 영화인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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