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S「하나뿐인 지구」, 환경감시 「TV파수꾼」

  • 입력 1998년 11월 9일 19시 38분


방송 다큐멘터리에서 환경문제는 ‘…스페셜’유의 기획성 단발로 그치기 일쑤다. 만만치 않은 품을 들여야 하는데 비해 시청률은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늘 새로운 아이템을 찾는 것도 쉽지 않다.

이런 악조건에도 8년간 환경파수꾼을 자처해 온 ‘괴짜’프로가 있다. 30일 방송 5백회를 맞는 EBS 환경다큐 ‘하나뿐인 지구’(월 밤9·45).

91년 3월 5분짜리 환경캠페인으로 시작한 이 프로는 95년 40분짜리로 고정 편성되면서 서울 도심의 시궁창에서부터 아프리카 모잠비크의 실개천까지 카메라를 들이댔다. 주제도 다양해 핵발전소 국립공원 갯벌 등 1차적인 환경문제는 물론 환경관련 법제도와 생활 속의 환경이야기까지 그야말로 전방위(全方位)다.

특집프로를 위해 제작진은 5일 ‘청정해역’으로 불리는 한려해상국립공원 일대의 해상오염 실태를 수중촬영했다. 류현위PD는 “국립공원 지정 초기 이 지역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인정할 정도의 청정해역이었지만 최근 생활폐수 등으로 일부 지역은 한강하류와 비슷한 수준이 됐다”고 혀를 찼다.

이 프로의 제작비는 최근 종영한 SBS드라마 ‘백야3.98’의 1%도 안되는 회당 2백50만원정도. 그러나 그동안 거둔 성과는 눈부시다. 10일 제1회 교보환경문화상 환경보도분야 수상자로 선정된 것을 비롯해 96년 환경의 날 대통령상, 97년 가톨릭 환경상 등을 수상했다.

5백회 제작을 하는 동안 제작진이 가장 뼈저리게 느낀 것은 시민들의 환경의식 부재. 이정욱PD의 회고.

“작년 10월 시화호 촬영 때입니다. 악취가 진동하는 호수 인근에서 일가족이 시화호에서 잡은 망둥이로 회를 뜨고 있더라구요. ‘시화호가 어떤 곳인지 모르냐’고 하니까 ‘남의 집 소풍 방해하지 말라’고 하더군요.”

수년간 환경문제만 다루다보니 제작진의 ‘환경마인드’는 거의 편집증적이다. 93년부터 제작에 참여하고 있는 양전욱PD의 얘기.

“얼마전 동료들과 ‘회오리주’를 마시면서 술잔을 냅킨으로 덮으니까 이PD가 ‘냅킨을 만들때 들어간 표백제가 일반 종이의 10배라는 사실 모르세요’하면서 냅킨을 뺏더군요. 그래서 손으로 했죠 뭐.”

〈통영〓이승헌기자〉yengl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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